하루아침에

3화| 불확실한 희망과 최악의 가능성

by 오립

오후 4시. 요란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구급차를 타고 길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곧장 복잡한 검사 기계 속으로 옮겨졌다. 뇌혈관 조영술 검사를 할 때, 마취가 되어 잠들었기에. 그동안, 바늘 위에 선 듯 피 말리는 시간을 견뎌냈을 어머니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뇌혈관 조영술은 아이의 출혈 원인을 찾아 낼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불명'. 원인 모를 뇌출혈이었다.

몸속의 작은 혈관은 파열된 채 계속 피를 뿜어내고 있었고, 검사가 진행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개두 수술의 위험이 큽니다. 당장은 약물로 경과를 지켜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끓어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약물로 출혈이 응고되길 기다려보기로 했다. 피 한방울도 남지 않을 것만 같은 작은 몸에서 어디서 자꾸만 피가 솟아나는지, 시간은 흐르는데 출혈량은 기어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술 진행합시다."

그 말은 새벽 6시, 딸의 출혈이 시작된 지 12시간만에 나온 최종 선고였다. 수술실 문이 열리기 전, 의사는 무거운 목소리로 최악의 상황을 고지했다.

"깨어나봐야 알겠지만, 최악의 경우 인지 기능이 없을 겁니다. 혹은 수술 도중...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사형 선고를 듣는 듯했다.

차가운 이동식 베드 위, 곤히 잠든 딸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 작은 코에 비해 너무 큰 호흡기가 꽂혀있었고, 앙상한 작은 손등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링거줄이 주렁주렁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딸을 태운 배드가 마치 영영 다른 세계로 향하는 배처럼 수술실 안으로 천천히 멀어져갔다.

신이 있다면 제발, 제발... 그저 살아만 있게 해 달라고, 숨만이라도 붙어있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어제만 해도 해맑게 웃고 따듯한 체온을 나누었던 내 아이가, 이제는 다시는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꿈속의 악몽보다도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딸의 몸을 태운 베드가 수술실 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문이 닫히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그 뒤 어떻게 보호자 대기실까지 갔는지, 그 순간의 기억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없었다.


수술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가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는 다른 환자들의 정보와 함께, 내 아이의 이름 석자가 박혀 있었다.

70세, 60세, 62세, 6세, 72세...


목구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왜, 왜 우리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수술은 끝없이 길어졌다. 모니터 속 시간은 더디게, 또 야속하게 흘러갔다. 2시간... 5시간... 8시간... 이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실을 오갔다. 고모, 시어머니, 그 외 친척들, 그리고 남편의 친구들까지. 시어머니는 아침까지만 해도 생생했던 손녀가 한순간에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는 사실에 넋을 놓은 채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계셨다. 친척들이 건넨 위로의 말들도 메아리처럼 텅 빈 귀를 스쳐 지나갔다. 내 눈에는 오직 '수술 중'이라는 붉은 글자만이 거대하게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오후 6시. 남편의 친구들이 억지로 그를 데리고 밥을 먹이러 나섰다. 나는 여전히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누군가 따듯한 손으로 내 등을 몇 번 쓸어주었던 것도 같았지만 그 기억조차 희미했다. 한참 뒤, 친구들과 돌아온 남편의 눈이 빨개져 있었다. 설렁탕을 먹다 울었다고 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어머님과 자신, 그리고 딸과 함께 먹었던 것이 떠올라 목이 메었다고. 이런 사소하고 따듯했던 기억이 지금 이 순간을 더욱 힘겹게 만든다. 남편이 사 온 편의점 죽은 모래알처럼 느껴져 도저히 목으로 넘길 수 없었다.

오후 7시, 장장 12시간, 한 생명을 건 기다림 끝에 수술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의사의 목소리가 차갑게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마음 쓸기 전, 초를 치는 의사의 말 "뇌압이 너무 높아서... 뼈를 못 덮고 나왔습니다."

길고 예뻤던 딸의 머리칼은 흔적도 없이 밀려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세 개의 기계 장치가 대신하고 있었다.뇌압을 낮추는 기계라는데, 혹여 무의식중에라도 뽑을까 오른손이 결박되어 있었다. 설상가상, 뇌압도 높은데 수술 중 폐렴에 걸렸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저 아이가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이는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전신마취가 풀려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인지 능력은 괜찮을지, 적어도 부모인 우리를 알아보는 작은 기적을 바랐다.

마침내 아이가 힘겹게 눈을 떠 우리를 향해 시선을 맞추었다.


우리는 그 아이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엄마 아빠야, 알아보겠어?"

"..."

정적이흘렀다.

아이는 아무말 없이 우리를 보며 웃어보인다.

"왼손이 안 움직일 텐데 괜찮아?"


그때, 믿을 수 없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괜찮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방금 수술 끝내고 눈을 뜬 아이의 첫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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