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한 물이 배신했다.

1화| 물과의 이별, 그리고 첫 깨달음

by 오립

나의 물 사랑은 날 때부터 시작이었다.

바다, 계곡, 수영장.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진 속 어린 내 입술은 보라색 빛을 띠고 웃고 있었다.

"너 그러다 감기 걸린다. 이제 그만 놀고 나와"

늘 부모님의 만류로 내 놀이는 끝이 났었다.

이때 나는 폭주기관차였다. 물놀이 후 몸살이 나는 게 습관이었으니까.

내가 물을 사랑하는 만큼 물 또한 날 사랑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때는 내 나이 미운 7세, 부모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말괄량이 시절이었다.

일요일을 맞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놀 계획을 세우고 있던 나는 어머니의 목욕탕에 가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처음엔 거절했으나 돼지고기를 사 주신다는 말에 냉큼 차에 올라탔다.

그곳에 때밀이는 질색했으나 넓은 냉탕에서 수영할 수 있는 장점도 나름 갖추었기에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그날도 평소와 같았다. 온탕에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급격히 바뀌는 온도 탓에 돋는 소름도 즐기며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의 부름이 들려왔다. 물과의 포옹이 끝난다는 아쉬움에 때밀이 내내 어머니께 징징 거렸다.

"5분만 더"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 인내심이 대단하셨다. 저 칭얼거림을 20분 동안 해댔으니까. 이 싸움에서의 승자는 나였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냉탕으로 달려갔다.


나는 물과 즐기는 놀이 중 가장 좋아했던 건 잠수였다.

물속에 들어가면 시끄러웠던 세상이 조용해지며 이 먹먹한 물소리의 웅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바닥에서 발을 떼면 부유하는 육체가 하늘을 나는 느낌을 주어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물과의 포옹, 그것이 내게 잠수였다. 그래서 물을 만날때든 헤어질 때든, 잠수를 통해 물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은 나만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날도 내게 주어진 5분이라는 시간이 끝날 때쯤 냉탕에 작별을 하기 위해 잠수를 했다.

유난히 미련이 남아 조금 더 머물렀다. 이 아이도 좋은 걸까? 놀랍게도 물도 날 반기는 듯 평소보다 길어진 잠수에도 숨이 전혀 가쁘지않았다. 이제 나가지 않으면 어머니께 혼날 것 같다는 생각에, 계단 손잡이에 손을 뻗은 순간...


"... 어...?"


난 분명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았을 터였다. 근데 왜 오른손만 손잡이를 잡지...?

뭔가 잘못되었다. 손도, 팔꿈치도, 어깨도 말을 듣지 않는다.

분명 내 왼쪽 손 일 텐데... 내 눈엔 붙어 있는데, 잘린 것도 아닌데... 이건 혼자서 고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달렸다.


"엄마! 나 손이 이상해...!"


선선한 바람이 불던 9월의 초 가을날,

내가 가장 사랑한 물이 배신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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