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훈 Sep 27. 2022

귀농을 권하지 않을 겁니다

에필로그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귀농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우연들이 겹쳐진 결과였다. 과거에 책을 내면서 알게 된 출판사 직원이 귀농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그는 기억조차 못하는 한마디에서 글에 대한 마음이 시작되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수원에서 비대면 증강 강연을 하던 날이었다. 내 시간이 끝났음에도, 강연을 의뢰한 농어촌 공사 교육담당자와 2시간 넘게 귀농 실패의 원인에 대해 대화했다. 그는 귀농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미리 배워야 할 것들 대부분이 귀농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산으로 돌아오는 도로 위에서, 어쩌면 그때부터 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열망과는 다르게, 일을 병행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나 절대 쉬운일이 아니었다. 결국 반년을 지나서 오늘에서야 글을 정리한다.


 사실 농업은 사업 자체만으로 볼 때 가능성다. 본인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데 밀가루가 자체 수급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 않나. 하지만 우리의 몸은 하나고 밀가루를 생산하는 것은 빵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밀가루 생산부터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밀가루 생산기술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여기서 절감된 비용으로 빵을 생산하는 직원을 구해 베이커리를 운영할 수도 있다. 물론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반론을 펼 수 있겠지만, 원료를 직접 수급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제조업이든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안타깝지만, 어차피 농촌은 해체를 반복하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현재의 출산율이 그 미래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결국 농산물 생산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식량 안보 측면에서 국가가 그리 나둘리 없다. 이는 농업에 대한 여러 지원사업으로 연결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농업의 장점은 종속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가 지면 집에서 가족과 웃고 떠들며 소주 한잔 마실 수 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큰 수익이나 다른 비즈니스의 가능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농산물을 생산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밤에는 어둠이 내려 시야분간이 안되니 야근도 어렵고, 겨울이 되면 농작물도 잠에 들어 강제 휴가에 들어간다. 직장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수확이 한창일 때는 15시간을 내리 일해야 하고 때론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채운 삶은 피동적인 시간으로 가득했던 시절보다 역동적이고 의미 있다고 확신한다.

 귀농을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귀농을 추천하는 편은 아니다. 상대가 귀농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도 모르고, 심하게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귀농을 결정한 경우도 있다. 겨우 몇 번 대화한 상대에게 어떤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이 농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모르는데, 괜히 귀농에 대한 헛된 기대를 주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원망받고 싶지 않다. 만약 나의 귀농이 타인이 건넨 달콤한 말에 의해 결정했다면, 그를 내내 원망했을 것 같다. 그렇다해도 강연이나 개인적인 만남에서 귀농에 대한 조언을 구할 경우, 차마 희망을 꺾을 수는 없어 해주는 말이 있다.


 “한국의 농업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때문에 잘 준비하고 열심히만 한다면 굶어 죽게 나 두지 않는 것이 한국 농업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진심이 아니다. 혹시 당신이 실패라도 한다면, 그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서 했던 말이다. 농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귀농하는 모든이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다 알고있는 것부터 귀농해야만 알수 있는것까지 충분히 준비한다면, 당신의 귀농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익을 창출하는 농부가 되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최소 3년간은 궁핍의 강에서 허우적 거려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철저히 준비하고 단단히 견딘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여기서 차이점을 만드는 것은 그동안 배워온 것과의 접목이다. 당신이 마케터였던, 요리사였던, 회계팀에 있었던, 목수였던 그 직업과 상관없이 농업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생존을 넘어 유의미한 성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그 차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반드시 실행으로 옮기고, 거기서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면 결국 성공한 농업인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럴 수 없다면 나는 당신에게 귀농을 권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 21화 그래도 다시 귀농할 겁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