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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Aug 22. 2022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그라데이션 같은

숨은 제주를 발견하는 재주 5-2

첫째 딸(단비)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늘색 바탕 군데 군데 빈 부분이 보였다. 다 그린 건가? 미적 감각이 전무한 내가 봐도 완성 덜 된 느낌이다.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단비는 빈 부분을 파란색으로 채워 넣었다.  어릴 땐 바탕 한 가지 색으로 색칠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구나. 

"일부러 바탕을 하늘색, 파란색 섞어서 그린 거야?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아- 그라데이션이요? 어린이집에서 배웠어요. 어린이집 다닐 때 겹도록 많이 연습했거든요"

그 사이 미술 사조에 큰 변화가 있었군.



그림을 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도 그라데이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지 색으로 단정할 수 없는, 비슷한 계열의 색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전혀 다른 색이 중간에 끼면 조화가 깨지기도 하지만 큰 그림 안에서는 또 조화로운.


내가 파란색 계열의 사람이라면 시작이 옅은 하늘색이고 끝이 짙은 남색인 그라데이션의 어느 한 지점에 위치하겠지. 그런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 만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도 이루고 사는 것일 테다. 비슷함 속에서 굳이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확대 해석하여 갈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다들 알다시피 우는 모두 다른 색을 갖고 있다. 빨간색, 검은색, 하얀색 계열 등 다양한 색의 그라데이션 어딘가에 점 찍어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림을 우리는 사회라 부른다.  다양한 색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섞이느냐가 그 사회 미래 말해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어울린다(키스 해링의 그림)

그 사회 안에서 단비는 어떤 색으로 살아가게 될까?내가 가진 색깔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되 나와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색을 가진 사람 존중하고, 내가 그리려는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색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론 나쁜 의도로 그림을 망치려는 사람을 거르는 눈도 필요하겠지.


하나 더.

단비가 세상에 태어나 아빠가 없었던 적은 없었으니 단비도 아빠와 비슷한 색을 갖게 될 확률이 높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단다. 다만 파란색인데 빨간 색처럼, 하얀 색인데 검은 색처럼 살지는 . 다른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색으로 산다고 해서 줏대없이 따라가지는 말기를. 사람은 자기 색깔 그대로 살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 자기 색을 찾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운 좋게 자기 색을 찾게 된다면 있는 그대로의 너로, 보다 선명한 색으로 살아가기를.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단다. 인생은 그런 거야. 어느 색이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그라데이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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