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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Aug 25. 2022

내 눈에는 플리트비체

숨은 제주를 발견하는 재주 7 - 제리트비체

가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제주의 비경', '제주의 숨은 명소' 따위의 키워드를 넣어보곤 한다. 운이 좋으면 내가 몰랐던 포인트를 알 되, 곳은 자동으로 다음 타겟이 . 대표적으로 헤븐 체어 포인트가 이런 경로로 알게 된 장소이다.

헤븐체어 포인트(이름은 내가 지었다) - 지금은 가는 길이 막혔다ㅠ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경만 찾아다니며 인터넷에 업데이트하는 고수들이 몇 분 있다. 이분들의 특징은 쉽게 장소를 공유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소가 공개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에 그분들의 마음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내가 아니지.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 몸이 직접 찾아 나서는 수밖에. 


그날도 우연히 제주의 비경을 검색해보다가  마음을 확 잡아 끄는 사진을 발견했다. '그곳'은 친절하게 이름까지 공개되어 있었다.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

름과 대략적인 위치, 주변 경관을 시뮬레이션해놓고 탐사를 시작했다. 이 정도면 모험력 테스트 난이도 1점짜리 문제. 그런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 거다. 분명 이쯤에 있어야 하는데, 이쯤 오면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리고 그 물소리를 따라가면 냇가가 나고 냇가를 따라가다 보면 짠-하고 나타나야 하는데, 그날따라 날씨는 덥고 하필 물은 안 챙겨 와서 목은 마르고 날은 저물어가고...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하고 차에 려는데 이 아쉬움은 뭐지? 다음에 언제 또 오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보자! 이번엔 동네 골목길을 집중 공략하여 방금 전에 가보지 않은 곳까지 샅샅이 뒤졌더니 저 멀리 낯익은 나무가...  그래, 저기구나!! 이미 머릿속에서는 나의 설렘을 한껏 증폭시키는 노래인 Keane의 「Somewhere only we know」 피아노 전주가 BGM으로 깔리고 있었다. 아, 저기만 넘으면 나오겠구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경쾌해졌다.


짜잔- 역시 그곳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호쾌한 폭포 소리하며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이 무질서하게 뻗어있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엘프가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빛은 어찌나 투명하던지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순간 이미지가 겹치는 장소가 뇌리를 스쳤다.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그래서 이름도 제리트비체 라고 지었다. 제주의 플리트비체라는 뜻)

내 눈에는 플리트비체


이후로 내가 아끼는 몇몇 사람을 이곳에 데려갔다. 자- 선물입니다. 짜잔- 대부분이 탄성을 질렀지만 의외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있었다. 나만 여기가 이렇게 좋은 거지? 내가 유난히 힘들게 찾은 곳이어서 다른 장소보다 더 애정이 가는 걸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소(沼) 지형과 폭포가 함께 있는 곳이라서? (그런 곳이라면 몇 군데 더 있는데?) 하긴 사람 보는 눈도 제각각인데 땅이라고 다를까? 더 끌리는 뭔가가 있는 거겠지.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처음부터 나는 가 끌렸고, 내 눈엔 니가 플리트비체다. 그게 중요한 거다.



* 여기까지 읽어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이름을 공개합니다. 이곳의 이름은 몰고랑소 입니다. 이젠 친절히 지도에도 위치가 나와있네요.


https://m.map.kakao.com/actions/detailMapView?id=1187811694&refService=place


** 물빛은 수량에 따라 좌우됩니다. 어떤 물빛을 만날지는 순전히 운이라는 말입니다. 덕을 쌓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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