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feat. 함박눈)
* 정들었던 집을 떠나 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입니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오던 날 썼던 글입니다.
이문세의 노래 중 ‘옛사랑’을 가장 좋아한다. 그와 짝을 이뤄 숱한 명곡을 탄생시킨 작곡가 겸 작사가 故 이영훈 씨의 작품으로, 가사가 한 편의 시(時)다. 멜로디 위에 '가사'를 얹힌 대부분의 노래와 달리, 이 노래는 '시' 뒤에 멜로디를 입혔다.
멜로디만 좋은 노래들은 질리기 쉬운데, 가사까지 좋은 노래들은 질리지 않는다. 아마도 노래를 듣는 장소, 상황, 감정 상태 등에 따라 가사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듣다보면 옛 생각이 떠다닌다. 굳이 옛사랑이 아니더라도 잊고 지냈던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하다.
나이가 어릴 때는 새로운 뭔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았다면 나이가 들수록 지난날의 추억으로 살아지는 듯하다.
다가올 미래를 호기심과 모험심 가득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와,
인생의 굽이마다 꺼내 볼 반짝이는 순간들을 많이 가진 어른은,
그래서 행복할 수밖에 없다.
‘옛사랑’ 가사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작사가는 어떤 장면을 두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라는 표현을 썼을까?
난 아무리 봐도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눈이 올라간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어떻게 눈을 바라보면 눈이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노래를 들을 때마다 궁금했다.
오늘밤에야 의문이 풀렸다. 새집으로 이사하고 자는 첫날 밤, 자려고 누웠더니 창밖에 눈이 내린다.
누워서 보니 눈이 하늘로 올라간다. 노래의 주인공도 광화문 거리에 누워 내리는 눈을 바라봤던 건 아닐까?
아직도 답은 모르겠다. 답은 작사가만 알겠지.
다만 누워서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참 예쁘다.
덕분에 옛 생각에 잠기는 밤, 오늘따라 노래도, 옛 추억도 참 예쁘다.
- 새로 이사온 집에서 자는 첫 날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쓰다(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