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을 없애는 방법
요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잡음이 들린다. 헤드폰 이음매에서 생기는 마찰음 같은데,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영 귀에 거슬린다. 그렇다고 A/S를 맡길 수도 없는 게, 늘 잡음이 들리는 것도 아니다. 헤드폰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집중하여 음악에 몰입할 때, 그때만큼은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이건 이소라 스튜디오 앨범의 들숨소리 같은 거다. 내가 들으려고 의식해서 들어야만 들리는 그 소리, 그러나 음악에 집중하면 들리지 않는 소리. 헤드폰 잡음은 헤드폰이 만들어낸 마찰음인 동시에 내 마음 속 잡음이 일으킨 소리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주위에서 노후를 대비하려면 얼마를 벌어놔야 한다느니, 아이들이 취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려면 몇 살부터 미리 선행교육을 시켜야 한다느니,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재태크를 해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에도 잡음이 생긴다.
다들 개미처럼 부지런히 사는데 나만 베짱이처럼 바람이나 쐬고 앉아있나 싶은 거다.
다시 음악의 힘을 빌어보자.
이소라에게 듣는 이가 그녀의 들숨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그 소리마저 아름답게 느껴지게끔 하는 힘이 있듯, 우리 삶에도 삶의 잡음을 줄이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나는 이소라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의 응어리진 감정 하나하나를 마음 속 저 밑바닥 어딘가에 응축해놨다가 한꺼번에 토해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걸 뱉어내기 위해 들이마시는 숨소리는 그래서 당위성을 갖고, 듣는 이에게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는 선한 전염성을 갖는다)
주어지지 않은 것들에 불평하기보다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불안해하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즐기기.
더 나은 삶을 위해, 바꾸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가끔 내가 걷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확인하기.
괜히 불안해서 내 길이 아닌 곳에 기웃거리지 않기.
내 발자국을 따라올 누군가를 위해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기.
너무 자주 뒤돌아보지 않기.
너무 멀리 보지 않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잡음은 없앨 수 없다. 그러나 듣지 않을 수는 있다.
* 헤드폰 A/S는 맡기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헤드폰 이음매가 아니라 애써 잡음에만 집중했던 번잡한 내 마음에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