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황도 01화

황도

by 고미젤리

이모가 셋이다. 이모들과 나 사이는 드문드문 채워지고 비워지는 세월의 구멍이 있다. 어딘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찾지 않던 그런 친밀한 거리감도 있다.

어느 날 낯선 전화번호가 떴다.

“퐁뎅이, 맞니? 나 기억나? 이모잖아. 옥이...... 기억나지?”

몇십 년 만에 들어보는 별명인지. 나는 이모의 이름보다 친근했던 내 별명이 먼저 귀에 들어왔다. 나를 그렇게 불러줬던 엄마, 아빠는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들은 더 이상 그 이름을 부르지도 않으니 나 자신에게조차 낯설어진 호칭이었다.

“기억나지. 이모. 퐁뎅이 하니까 바로 기억나네.”


생각해 보면 내 별명은 원래 ‘풍뎅이’였다. 어른들은 뚱하니 꼼짝않고 앉아 있는 내가 엎어져 있는 풍뎅이 같았다고 했다. 어릴 때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많이 불렸던 것 같은데, 그날그날 부르는 사람 기분에 따라 그 별명은 여러 번 변형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나는 아예 ‘퐁뎅이’가 되었고, 옥이 이모는 그런 내 별명을 가장 애용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엄마 가족은 딸만 넷, 딸 부자집이었다. 첫째인 우리 엄마와 둘째 옥이 이모 아래 두 이모들 모두 터울이 크지 않아 서로 친구같이 친했고, 우리 삼 남매는 방학 때마다 순례하듯 이모들 집에 며칠씩 지내다 오곤 했다. 그중 옥이 이모네 집이 가장 인기 있었다. 아들만 하나인 이모는 우리가 몰려가 시끌벅적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곤 했다.


이모는 우리 남매 중 나를 가장 귀여워했다. 위아래 언니 동생에 치이는 내 모습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이모가 나를 따로 불러 황도 캔 하나를 통째로 주었던 일이 떠오른다.

먹보 남동생에게 모두 뺏기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모는 “혼자 다 먹어.”라고 당부하며 나를 마주 보았다.


그때 호사스럽게 먹었던 황도의 맛. 복숭아보다 더 달고 더 말랑했던 그 맛은 지금까지도 옥이 이모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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