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
70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던 엄마의 장례식은 우리 가족에게 큰 충격이었다.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는 와중에 숙이, 순이 이모는 모두 한 걸음에 달려와 우리와 슬픔을 함께 했다. 하지만 옥이 이모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없는 지금 옥이 이모가 제일 맏이가 되는 셈이었는데 말이다. 다른 이모들도 굳이 옥이 이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나도 오랜만에 만난 숙이, 순이 이모가 반가워 옥이 이모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돌아가고 언니와 둘이 장례식장 한 구석에 앉아서 두런두런 옛날이야기를 하던 중에 언니는 옥이 이모와 엄마가 사이가 아주 틀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언니가 이미 이모에게 부고를 알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옥이 이모는 내가 어릴 때 이혼했다.
어느 날 이모가 갑자기 밤에 찾아왔던 날이 기억난다.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사촌 동생 용수가 평소의 장난기를 버리고 서늘하게 앉아 있던 모습도 떠오른다. 이모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찍어 닦으며 엄마 아빠에게 하소연했다.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한 우리들을 피해 어른들은 안방에서 문을 닫아걸었다. 마루에 덩그러니 남겨진 아이들은 평소처럼 왁자지껄 놀지 못하고 눈치만 봤다. 참다못해 남동생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용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후로 한참 시간이 지나서 이모가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이모부가 사촌 동생 용수를 데려가서 앞으로는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이혼’이란 걸 하게 되면 엄마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일이 생기는구나.”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이모는 이혼 후 혼자 미용실을 열었다. 우리 남매는 더 이상 이모네 집 순례를 하지 않았고, 가끔 엄마 아빠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옥이 이모가 미용실을 차렸고, 제법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들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