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도 3
나는 오랜만에 통화한 이모에게 그 미용실은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이모는 이제 오래 서서 하는 일은 더 이상 못 한다고, 그건 진즉에 접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그때 배운 기술로 가끔 싼 값에 동네 할머니들 머리도 말아준다고 자랑했다. 염색해 달라는 할머니들도 많지만, 집에 얼룩이 생길까 싶어 그건 절대 안 해준다고도 했다.
이모는 그렇게 몇십 년 하던 미용실을 정리했고, 혼자 산다고 했다. 이모가 사는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그 동네 00 아파트라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는 최신식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이제 이모는 크게 부자는 아니어도 남은 인생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행복한 노인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모와의 대화가 길어지고 많아질수록 처음의 허세와 조심스러움은 사라져갔다.
이모는 아들 용수와 연락하고 있지 않았다. 용수의 딸이 태어나고 자라가는 과정도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만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봤지만, 자신도 모르겠다고 말을 줄였다. 하지만 그간의 사정을 짐작하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간간이 이모가 전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모도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용수 결혼인데 엄마인 내가 왜 못 가는 거야. 너무 화가 나잖아. 내가 그렇게 가고 싶다고, 신랑 엄마 자리에 앉는 건 나도 싫다고. 그 인간 옆자리는 나도 싫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용수가, 그 나쁜 놈이 나보고 오지 말래. 그놈이 나한테 그럴 수가 있니?”
결국 억울하고 분했던 이모는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결혼식에 갔다고 했다. 이모는 그날 자신에게 손가락질하고 뒷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돈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을 테고, 용수 아비와 새엄마의 표독스런 말에 상처도 받았음에 틀림없다.
그래도 용수만 엄마를 반겼다면 이모는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이모는 괜찮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