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황도 10화

고모

황도 10

by 고미젤리

너무나 간절히 바랐기 때문일까. 이모는 드디어, 결국 용수에게 돈을 보냈다.

이모는 은행 일로 인해 섭섭했는지 더 이상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우연히 옛 시누이인 용수 고모에게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이모는 그 고모가 참 따뜻한 사람이라며, 자기 오빠 때문에 부부가 이혼하게 됐다는 걸 인정하고 안쓰럽게 생각해 준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 시누이가 막내라 그때 아직 고등학생이었어. 나한테 ‘언니, 언니’ 하면서 얼마나 따랐는지 몰라. 이혼한다고 하니까,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다 모른 척하는데, 걔만 나한테 울면서 미안하다 그랬어.”

그제야 나는 이모네 집에 갔을 때 몇 번 본 용수 고모가 생각났다.


‘기 세고 드센 우리 남매 사이에서 용수를 끔찍이 아끼던 언니. 무슨 게임이건 항상 용수가 이기도록 만들어 주던 언니.’

내가 기억하는 용수 고모였다. 이모는 내가 전하는 그녀의 모습에 안도한 듯, “맞다. 맞아. 걔가 참 용수한테 잘했어. 어릴 때도 그랬구나.” 한참을 끄덕이며 좋아했다.

그리고 이모는 용수에게 전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는 그 고모에게 돈을 다 내주었다고 했다.



나만 비뚤어지게 생각하는 걸까?

몇십 년 만에 연락한 고모에게 이모는 뭘 믿고 돈을 줬을까?

나는 성마르게 내뱉을 뻔한 말을 결국 전하지 못했다. 이모는 매일 고모의 인성과 참한 인상뿐 아니라 그이의 그 친절함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그런 이모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모는 묻지도 않는 고모의 사는 형편까지도 세세하게 전했다.

“용수 고모가 행색이 별로면 나도 안 줬을지도 모르지. 근데 아니야. 잘 살더라고. 겨우 그 돈에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야. 그날 걔가 나한테 밥도 사줬어.”

집 앞 백반집에서 점심 한 번 산 걸 가지고 이모는 감격해했다.

나는 평소 이모의 집요함을 생각하며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는 이모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모 집에 가 본 것도 아니고 그 집 식구들을 만난 것도 아니면서, 만나서 밥 한번 먹었다고 저렇게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그동안 나에게 보여준 이모의 그 ‘조심스러움’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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