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풋 아로마 - 살람바 사르방가아가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지겨워졌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그건, 내가 시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시시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시시한 상대들 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 아무도 만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될 때까지.
정재찬 교수는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서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말하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말한다고 했다. 외로움은 극복하고 개선해야 할 상태이지만 고독은 누리고 유지해야 할 기회라고 말이다.
그래서 고독을 선택했다.
인간관계가 단순해지니 최소한의 활동과 말만 하게 됐다. 생활도 삶도 간결해지니 자연히 화가 나는 상황도, 하지만 기쁜 일이 발생할 기회도 줄었다.
일정하게 평온하고 고요하다.
이제는 평온함의 가치를 안다. 앤디 퍼디컴은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에서 평온한 삶을 지루한 삶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평온한 삶은 아무 감정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무미건조한 삶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말이다.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더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고.
5번째 비슛다 차크라는 인후 차크라라고도 부른다. 목에 위치하고, 입, 혀, 눈, 귀, 목을 관장한다. 비슛다 차크라가 균형 잡힌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침묵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 침묵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침묵 수행은 인후 차크라의 에너지를 보존하고 정화하고 강화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잡담을 많이 하면 마음과 머릿속이 산만해져 내면에 집중하거나 명상하기가 어려워지고, 침묵하면 감각과 마음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당연한 원리를 생각해보면 된다.
비슛다 차크라가 잘 열리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두려움 없이 표현하여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 이 차크라를 통해 자신의 영감과 생각을 완성시키는 명쾌한 표현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인후 차크라의 에너지가 불균형하면 타인과의 의사소통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몸 사이의 소통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생각과 다른 말을 하려 할 때는 목이 턱 막히거나 기침을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잡담과 푸념, 과식, 흡연, 알코올 의존이나 청각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호흡에 도움이 되는 유칼립투스 아로마는 비슛다 차크라에도 유용하다. 상쾌한 향기는 인후 차크라를 맑게 하고 넓혀주며 그 진동이 소통을 창조적이고 자연스럽게 해 준다. 티트리, 타임, 바질, 페퍼민트, 로즈마리도 마찬가지이다. 항박테리아, 항바이러스, 진해거담, 면역강화 효능이 있는 아로마들인 데다가 시원한 향 덕에 확실히 상쾌하고 기분 전환도 된다.
저 오일들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아로마로 카주풋이 있다. 향도 유칼립투스와 비슷하게 신선하고, 캠퍼향도 지니고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통증에 카주풋 잎을 손으로 으깨 문질렀고, 두통에는 그 냄새를 코로 맡았으며, 카주풋을 우린 물로 상처 입은 부위를 씻어냈다고 한다.
아로마테라피에서는 신경통, 요통, 근육통 등을 위한 마사지에 사용하거나 천식, 인후염, 기침, 감기와 같은 질환에 주로 사용된다. 증기 흡입법은 콧속을 깨끗하게 해 주는데 탁월하고, 카주풋이 가진 진통작용이 인후염으로 인한 괴로움을 덜어주기까지 한다.
호흡과 관련하여 살람바 사르방가사나 할라아사나는 인후 차크라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아사나의 어머니라 불리는 살람바 사르반가아사나는 제대로 완성하기는 어려울지언정 접근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아 초급 요가 수업시간에도 자주 한다. 누워있다가 두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리고 양 손으로 등허리를 받치는 그 자세 말이다.
이 아사나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몸통과 다리를 바닥과 수직이 되도록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그렇게 되면 뒤통수, 목의 뒷부분, 어깨, 윗 팔뚝만이 바닥에 닿을 뿐 나머지는 몸은 일직선이 된 채 바닥에 서있다. 자연히 가슴뼈가 손바닥에 의해 앞으로 밀려 턱과 수직으로 닿게 되는데 이때부터 목구멍이 턱 막히며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바로 이것이 포인트인데, <요가디피카>에서는 턱을 꽉 누르는 덕에 혈액의 공급량이 증대되어 목에 위치한 갑상선과 부갑상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또한 몸이 거꾸로 놓여 정맥피가 심장으로 흐르는 덕에 숨참, 천식, 기관지염, 목 질환이 개선되어 감기와 코 질환이 근절되고, 머리로 피가 원활히 공급되니 신경도 가라앉고, 만성두통도 사라진다.
쟁기자세라고 부르는 할라아사나는 살람바 사르방가사나(어깨서기)의 연속동작이기도 하다. 살람바 사르방가사나에서 다리를 낮추면서 발을 머리 위로 옮기고 발등을 바닥에 댄다. 손으로 등을 받쳐서 상체가 바닥과 수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자연히 살람바 사르방가아사나를 할 때와 같이 가슴이 턱을 꽉 누르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있지만, 머리로 혈액의 공급량이 증대되고, 기관지염 등 목 질환에 도움이 된다.
턱과 쇄골이 만나게 하는 아사나를 할 때마다, 혹은 잘란다라 반다를 잡을 때마다 스스로 목을 잠가 침묵을 연습한다는 생각을 한다. 침묵의 에너지를 강화시키면 말을 하지 않아도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힘이 발달할 것이라 기대한다. 침묵을 연습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전부 달라질 것이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