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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Dec 07. 2020

두통을 달고 사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게는 두통약을 달고 사는 오랜 친구 A가 있다. 타이레놀을 비타민이나 목캔디처럼 들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먹는다. 사춘기가 지나고도 남아,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일찍 결혼했다면 사춘기 자녀가 있을 나이에도 여전히 얼굴에 악성 여드름이 난다. 어깨 뭉침은 만성이라 마사지샵에서 관리를 받고 한의원에서 부항을 떠도 어깨에는 돌덩이가 들어있다. 끊이지 않는 돈 문제와 케케묵은 가족 이슈로 삶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알아 항상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봤는데, 20년이 넘는 시간을 지켜보다 문득 그건 그녀의 마음과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의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고, 내가 가지지 못한 동산, 부동산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가뿐하게 여행을 떠난 적도, 스스로를 내던질 만큼 뜨거운 연애를 한 적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격렬한 운동을 해본 적도, 좋아하는 취미에 온전히 시간을 할애해본 적도 없다.

“조금 간단하게 살아보는 건 어때?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 가만히 떠올려봐 봐”
“너도 내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 알잖아. 갚아야 할 대출이 한두 개가 아니야. 내가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 부모님도 있고.”
“그렇다고 돈만 벌다가 죽을 수는 없잖아. 사랑도 해야지. 상대가 이성이든 너 자신이든.”
“연애하다가 결혼이 하고 싶어지면,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해. 누가 이렇게 부모님을 챙겨야 하는 상황의 나를 좋아하겠어.”

그녀의 삶은 무겁다. 한번 머릿속으로 들어간 생각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녀의 어깨로 내려가 짓누르는 느낌이다. 명상에서는 들어오는 생각을 떼어놓고 바라보라고, 그래서 저절로 흘러 나가게 놔두라고 가르치는데, 그녀는 생각을 내보내기는커녕 누구도 지우지 않은 짐을 스스로 메는 사람처럼 보인다.

A에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녀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에 '내면검색 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과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도입한 차드 멍 탄은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 모든 감정은 신체에 상관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적 경험은 심리적인 경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리적인 경험이기도 해서 마음보다는 몸을 통해 감정을 더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몸이 이 정도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면 내 감정의 상태가 어떤지 한 번쯤은 눈길을 건네고 알아봐 주고 쓰다듬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A는 원래 주말에는 잠만 잔단다. 회사가 일을 오죽 시켜야지. 돈 벌기가 어디 쉽니."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아픈 것을 당연히 여기는 그녀의 부모님이 원망스럽다. 몸에는 통증이 없는 것이 맞다. 그러니까 마음이 몸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면 안 된다.


마음이 지옥에 있어 더없이 불행했던 시절, 머리가 아파서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었다. 편두통 같으면서도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왔다가 사라지곤 하는 이것을 병원에서는 군발성 두통이라고 했다. 속을 버려가며 낫지도 않는 약을 먹고, 그러면서도 병원에 가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그때의 어린 나를 떠올리면 안쓰러워서 지금도 눈물이 난다. 내 마음을 한 번만 있는 그대로 알아봐 주면 되었을 것을......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내 몸하나 못 챙기던 나는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오지도 않은 감기를 미리 감지해내 내 몸을 쉬게 해줄만큼 예리해졌다. 마음이 슬퍼지면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떠나보낼 수 있을 만큼 깊어졌다.


종종 명상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허리를 올곧게 세우고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을 하면 된다고 말을 하면 하나같이 내가 쉽게 비법을 전수해주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명상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것이 바디스캔이다. 바디스캔은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안내자의 음성에 따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나의 몸 각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안내자가 짚어주는 각 부위를 움직이거나 감각을 느껴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불빛 하나 없는 수련실의 매트 위에 누워 바디스캔을 처음 하던 때 그것은 어색하고 지루하면서도 편하고 달콤했다. 차드 멍 탄은 이를 '몸에 마음 챙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몸에 주의를 기울일 때마다 자신의 몸을 훨씬 잘 지각할 수 있고, 그 결과 감정의 과정도 더 깊이 지각하게 하는 신경의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몸이 보내는 구조요청을 더 잘 듣기 위한 연습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바디스캔과 요가 니드라의 도움을 받아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고 가족 간의 관계도 그렇다. 그래서 어떤 삶이 옳고, 어떤 관계가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저 A가 몸이 요청하는 대화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건 결국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일 테니까. 그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니까.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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