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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Nov 02. 2020

뻣뻣한 사람을 위한 요가



“나는 뻣뻣해서 요가 못해. 유연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모든 요가 수련자들이 유연한 것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뻣뻣한 것은 그저 요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요가 수련자가 날씬하고 잔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통통한 몸을 갖고 있지만 타고난 유연성과 체격에서 나오는 힘으로 고급 아사나들을 척척 해내는 수련자가 있고, 애플힙이 없어도 충분히 강한 근력으로 선 자세 들을 해내는 수련자도 있다.  


많은 요가 아사나들이 피트니스 센터에서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스트레칭과 비슷하다. 허벅지 뒷면 햄스트링을 포함한 후면 근육을 늘리는 파스치모타나사나,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과 둔근을 풀어주는 에카파다라자카포타아사나, 등의 뒷면을 풀어주는 밧다코나아사나 등 요가와 피트니스가 다르지 않다.


스트레칭은 우리 몸의 순환을 활성화시키고, 관절과 근육을 유연하게, 적절한 수분과 영양분을 전달해 생기 있게 한다. 근막의 충분한 수분은 인체의 신경들이 뇌와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한다고 한다. 다만 무작정 근육을 늘려내려고만 하면 오히려 우리 몸에는 작용에 대한 반작용, 저항하는 힘이 생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호흡이다. 한 숨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과 함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포인트이다.

수련을 함께 하던 친구는 타고난 유연성 덕에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를 뒤로 젖혀 정수리와 발바닥을 만나게 하는 라자카포타아사나를 쉽게 해내어 상체조차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는 뻣뻣한 나를 절망에 빠뜨렸었다. 얼마 후 그녀는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한동안 후굴을 할 수 없었다. 선천적으로 유연한 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후굴 아사나가 완성되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근육들을 조절하는 수련을 하지 않고 바로 몸의 힘을 풀어버려 과신전으로 인한 부상을 입는다. 그 어떤 것도 과한 것은 문제가 된다. 적당함, 알맞음, 중용을 찾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요가는 연체동물처럼 유연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묘기같이 척추를 꺾어서 손으로 발끝을 잡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돌볼 일 없던 내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것, 햄스트링의 상태가 어떤지, 고관절의 느낌이 어떤지 느끼는 것, 그것뿐이다. 그러니까 어떤 몸이건, 어떤 체형이건 모두 요가에 적합하다.


나의 아쉬탕가 선생님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엘리트 요기, 요가 천재의 아사나 사진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내 몸을 먼저 파악하고, 스스로의 수련 철학을 세운 후 요가에 임할 것을 말씀하셨다. 사람의 몸이 다 다른데, 신체적으로 타고난 이들을 무작정 따라 하다가는 부상을 입기 마련이라는 설명이셨다.

기왕 시작한 이상 잘하고 싶은 마음, 완성하고 싶은 욕심, 모두 다 부단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요가는 사업도, 프로젝트도, 대회도 아니다. 시간을 들여서 꼼꼼히 정렬을 잡고 매트 위의 몸에 집중하면 그게 다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도구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한 달이 걸리느냐, 1년이, 5년이 걸리느냐의 문제이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요가를 하면 할수록 몸을 유연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연한 마음이란 곧 열린 마음을 말한다고 할 수 있는데 한 가지 생각에, 특히나 잘못된 생각에 집착해서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에 갇히는 대신, 다양한 측면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고, 이 여유는 안정적인 마음에 기반한다.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것, 명상에서 말하는 떼어놓고 바라보기와 이어지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어도, 삶에 배신당하고 사람에 치일지라도 경직되거나 사방에 벽을 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대신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게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와 부드러운 몸을 갖고 싶다.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마야 안젤루의 시 <나는 배웠다> 중에서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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