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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Feb 01. 2021

안 하기 위한 요가를 해봅시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야.”


이런 반응인걸 보니 배달음식과 사 먹는 음식이 지겨웠었나보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데이트도 집에서 하는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거창하게 불고기 전골을 끓이거나 잡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신선한 야채들을 깨끗이 씻어 샐러드를 만들고 바질 페스토에 파스타를 버무리거나 갓 구운 빵을 사 와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낼 뿐이다. 야채는 색깔별로 썰어놓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즉 사회적, 계급적, 집단적, 역사적 버릇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부와 성공의 자본이 되는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핏 요가와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요가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을 발견했다.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를 말하는 '문화자본'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취향을 드러내는데 꼭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확히는 적은 돈으로도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데, 바로 나쁜 것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품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배달 용기에 담긴 채 일회용 수저로 먹지 않고, 냉장고에서 가공식품을 없애는 것으로도 스스로를 귀하게 대접할 수 있다. 지금은 비싼 요리를 과시하듯 차려놓고 배가 터지도록 먹거나, 음식을 그대로 남겨 버리는 것이 부를 상징하는 시대가 아니다. 클린 이팅, 올가닉, 디톡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더 나아가 탄소발자국 줄이기, 공정무역, 비건이 각광받는 시대이다.

                                                                                                                                                                           

 '안 하기'는 의도적이며 의식적이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늦게 잠자리에 들지 않아야 하고, 요가 수련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내가 성취하고 싶은 삶을 위해서는 그릇된 습관을 버리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 '안 하기'는 분명 '하기'보다 힘들다.                 
                                                                                                 배철현, <정적>에서                   


무위(無為)를 내 생활에 적용해본다면 이렇게 될 것 같다.


* 무리하게 일하지 않기= 과로하지 않기
*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기= 과식, 과음하지 않기
*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 사지 않기= 과소비하지 않기
* (화장품 등) 좋다고 많이 쓰지 않기= 과용하지 않기


그저 힘을 툭 풀어내고 몇 개의 동작만을 가만히 유지하는 '안 하기'처럼 보이는 인요가를 하기 위해 요가원에 간다. 인요가의 '인'은 '음양'중 ‘음'의 중국어 발음이다. 인체에 어떤 자극을 줄 것인가에 따라 요가를 음양으로 나누어보자면 근육을 단련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양요가이고 결합조직을 자극하는 수련을 인(음)요가라 할 수 있다. 근육을 뼈에 연결하는 건,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 근육을 둘러싼 근막 등의 결합조직을 부드럽게 당기고 유지하는 것이 인요가의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인요가에서는 힘을 사용해 어떤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뿐이다.


더 이상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분명, 지금도 충분하다.

빼는 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더하는 것을 멈추어 보자.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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