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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Sep 21. 2020

요가할 때 꼭 레깅스를 입어야 하나요?



‘플라스틱 없이 요가를 할 수 있을까?’


요가는 매트 한 장 깔아놓고 맨 몸으로 하는 수련인데, 플라스틱 없는 요가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이 성립할 수 있나?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도대체 플라스틱과 요가가 무슨 상관일까?

요새 나의 최대 관심사는 플라스틱이다. 키보드를 두드리다가도, 마우스를 사용하다가도 깜짝 놀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다가도, 마트에서 과일 하나를 사다가도 플라스틱 포장용기에 한숨짓는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바디로션, 치약, 칫솔, 클렌징 폼, 클렌징 오일, 로션까지, 한평 남짓 화장실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생활하는 것에서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을 덜 사용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문득 “설마 지금 내가 앉아있는 요가 매트는 플라스틱이 아니겠지?”라는 의심이 들었다.

지금 내게 4개의 요가 매트가 있다. (왜 혼자 사는 내 집에 4인 가족용 요가매트가 있는 것인가. 이놈의 물욕......) 천연고무로 만든 것 세 개와 합성고무(결국은 플라스틱의 일종임)로 만든 것 1개가 있다. 나는 지금 우연하게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합성고무로 만든 매트를 펼쳐놓고 있다. 가장 저렴한 이 매트는 무게가 가벼워 말고 펴기가 편할 뿐 아니라 땀이 났을 때 닦아내기가 쉬워 위생적이다. 천연고무는 땀을 흡수하다 보니 사용하면 할수록 매트의 색깔이 변하거나 소재가 들뜨는 변화가 생기는데, 그게 영 찝찝하기도 하고 고가의 요가매트가 망가지는 것이 아깝기도 해서(아까워서 못 쓸 거면 비싼 매트는 왜 사는지......) 평소에는 가격도, 무게도, 관리도 부담 없는 합성소재를 사용한다.

그리고 둘러보니 폼롤러, 요가링, 요가휠, 짐볼, 마사지볼까지도 합성 소재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최근에 바꾼 요가블럭이 코르크 소재이긴 한데, 새 것을 구입하면서 멀쩡한 합성소재 요가 블록을 버렸으니 그게 환경을 위해 잘한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요가 도구들보다 훨씬 많이 갖고 있는 요가복에 있는데, 몸에 잘 밀착되면서도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하고 땀도 금방 마르는 기능성 소재의 요가복은 당연히 합성섬유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 옷들을 색깔별로 사서 1년도 채 입지 않고 버린다. 값이 워낙 싸니 사고 버리는데도 부담이 없고 매년 출시되는 새로운 컬러는 구매를 부추긴다. 운동복은 항상 땀에 젖어있는데, 수차례 땀에 젖고 마르고 세탁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면 소재는 팍팍 삶아주면 색깔도 하얘지고 냄새도 사라지겠지만, 합성소재의 옷들을 처음처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버리는 것이 최선인, 그야말로 패스트 패션이다.


합성섬유는 세탁할 때마다 미세하게 합성섬유가 떨어져 나가는데,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하수 정화 시설이 걸러낼 수가 없다고 한다. 바다에 도달한 미세한 합성섬유는 주변의 독성물질을 끌어당기고 이걸 플랑크톤이 먹는다고 했다. 바다에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의 20~35% 이상이 패션 산업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을 책에서 읽었는데, 얼핏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합성소재 요가복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직접 유기농 면 소재의 요가복을 제작하신 요가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은 우리 몸이 외부로부터 물질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세 가지 통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입(음식, 물), 두 번째는 호흡, 그리고 세 번째가 피부라고 하셨다. 유기농 면 소재를 사용하고, 소량 생산을 하니 가격은 당연히 비쌌다. 나는 취지는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이 비싼 면소재 요가복을 살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선생님처럼 민감한 피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환경 호르몬으로 인한 불임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빨리 마르고 시원하고 예쁘기까지 한 요가복이 반값, 아니 반의 반 값밖에 안 하는데 굳이 땀에 젖으면 무거워지고, 예쁘지 않은 디자인에 역 자세를 하면 훌러덩 말려 올라갈 것이 뻔한 면 티셔츠를 살 이유가 없었다.


요가 수행 8단계 중 1단계인 야마의 아힘사는 비폭력을 이야기한다. 나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한 요가가 플라스틱과 각종 합성소재로 만든 요가도구와 요가복 때문에 자연에, 바다에, 바다 생물에, 더 좁게는 바다새와 바다거북에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날지 못하고 해변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죽은 바다새의 배를 갈랐을 때, 그 작은 장기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플라스틱을 보는 것은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공포였다. 그 바다새 몸무게의 15%가 플라스틱이었는데, 사람으로 치면 6-8Kg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이고, 피자 12판 무게를 뱃속에 넣고 살고 있다는 뜻이다. 영상을 통해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괜찮지 않아?"라는 질문은 순진하다. 80일이면 생분해된다는 플라스틱도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450년이 걸린다고 한다. 모든 플라스틱은 바다에 들어가면 자외선과 파도에 의해 가루 형태로 작아져 미세 플라스틱이 되며 이를 플랑크톤이라 착각한 작은 물고기들이 먹고, 이를 큰 물고기가 먹고, 이를 새들이나 인간이 먹게 된다. 내가 건강해지려고 하는 요가에 활용하는 이 도구들이 돌고 돌아 내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 살 권리가 있고, 이건 동물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들도 쓰레기가 아니라 푸른 바다에 살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에 있는 요가링, 요가휠, 폼롤러를 다 갖다 버리고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것일까? 그런데 플라스틱이 아닌 요가링과 요가휠이 있기는 한가? 요가를 시작한 이후로는 일상복보다는 요가복을 더 많이 사고 있고 합성소재의 레깅스나 하렘팬츠를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는데, 이 많은 옷을 다 버리고 면 소재 옷만 입어야 하나?

사실 나,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바꿔보려고 한다. '플라스틱을 50%만 줄일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쓰레기 줄이기를 목표로 삼았다면, 그 첫걸음은 언제나 경각심을 갖는 마음이라고 했다.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세상과 아무 필터 없이 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고, 내 행동도 달라진다.


지금 나는   가볍게 소비하고,   가볍게 먹고 말하고 일하며,   가볍게 살아가는 중입니다.

             프랜신 제이, <가볍게 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 함께 읽어보아요.

https://brunch.co.kr/@edihealer/236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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