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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Nov 09. 2020

남자는 요가할 때 어떤 옷을 입어야해요?


“요가학원에 남자도 있어? 몇 명이나 있어?”
“나이대가 어떻게 돼? 잘해?”
“여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아? 남자는 무슨 옷을 입고 해?”

요가에 흥미가 생겨 해보고 싶은 것인지, 내가 많이 좋아하는 것이라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그가 요가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요가원에도 남자들이 있다. 브로가 broga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익숙할 정도이긴 한데 그렇다고 아직 그 수가 많다고는 말 못 하겠다. 요가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남자가 더 많은 요가원을 본 적은 없다.

나이대는 다양하다. 2~30대의 남자들은 균형 잡히고 단단해 보이는 몸, 근육의 사용과 움직임을 보고 짐작컨대 운동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격렬한 운동을 보완하기 위해서 요가를 하는 듯하다. 4~50대의 남자들은 통증이나 움직임의 불편함 등 때문에 버티고 버티다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온 사람이 많아 보인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잘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치 않다. 더구나 요가에 잘하고 못하고는 없으니까.

남자가 함께 수련한다고 해서 여자들이 불편해하지는 않는다. 인도의 전통 요가는 브라만 계급 ‘소년’들의 수련이었다. 인도의 구루라 불리는 요가 지도자들이 모두 남성인 이유이다. 현대에 들어서 상황이 변하긴 했어도 요가가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고, 여성전용 요가원도 아닌데 눈치 볼 필요 없다. 남자가 대다수인 복싱장에 여자가 있다고 해서 복싱을 못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남자가 있다고 해서 요가 수련을 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자들이 우려하는 불편함 중에 하나가 ‘시선처리’라 알고 있다. 이는 상당 부분 옷에 기인할 것이다. 많은 요기니들은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고 요가를 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레깅스와 탑이 많아서 멋진 요가복을 입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사람에게는 같은 여자도 눈이 간다. 여기에 흰색, 핑크색 레깅스나 몇몇 동작들이 연상시키는 성적으로 편향된 요가의 이미지에 대해 들어 알고 있다. (요가 중에는 탄트라 요가 같이 성적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것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요가학원에서 수련하는 대부분의 요가는 그렇지 않다. ) 이런 이유들로 다수의 회원이 여성인 수련실에서 남자는 시선처리의 곤란함을 느낀다고 들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처음 요가 수업에 들어왔다면, 모르는 용어와 동작을 따라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을 것이며, 숙련자라면 스스로의 수련에 집중하느라 주변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눈 둘 곳’을 찾을 일은 없다.

남자들은 편한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수련을 한다.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입기도 하고, 여름에는 반바지만 입기도 한다. 역자세를 하면 반바지가 말려 올라가기 때문에 5부 레깅스가 겹쳐져있는 반바지나 발목을 잡아주는 조거 팬츠를 많이 입는다. 땀을 흠뻑 흘리다 보니 러닝 할 때 입는 드라이핏 같은 기능성 소재의 반팔이나 민소매를 주로 입고, 아쉬탕가나 하타 수련을 깊이 하는 수련자는 상의를 탈의하고 수련을 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움직임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떤 옷을 입어도 상관은 없지만 너무 헐렁하거나 신축성이 없고 두꺼운 옷은 요가 자세의 특성상 불편하고 수련에의 집중을 방해할 것이다. 요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고가의 ‘전용’ 의류라는 것은 없고, (고가의 요가복 브랜드는 있다.) 웨이트나 러닝 등 다른 운동할 때 입는 운동복과 같은 것을 선택하면 충분하다. ‘편안한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운동화를 신은 채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지만, 요가는 그렇지 않다. 맨발로 매트 위에 서는 것이 기본이니 양말과 운동화는 필요 없다. 자세 교정을 위해 선생님들이 발을 잡을 수도 있으니 신경이 쓰인다면 발을 닦고 들어오는 정도면 훌륭할 것 같다.


요가를 하는데 요가복 외에 더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 대답은 요가매트이다. 요가원마다 공용 매트가 구비되어 있어 사용하면 되지만, 남자들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해서인지 유독 땀을 많이 흘린다. 수련이 끝나고 나면 남자 회원의 매트만 확연히 색이 진해져 있을 정도이다. 요가원에 있는 매트 클리너와 수건으로 땀을 닦아낼 수는 있지만, 이때 자기 매트가 있으면 위생적이기도 하고 다음 사람에게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매트 위에 수련의 시간을 쌓아간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기도 해서 내 이름이 새겨진 매트는 여러모로 소중하다.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알았으니 이제 요가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볼까? 온라인 강의나 유튜브로 어렵지 않게 요가를 만날 수 있긴 하지만, 설명을 듣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것 이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수련실의 조도, 습도, 향, 함께 하는 사람들의 호흡소리, 선생님 목소리의 울림과 따뜻한 핸즈온 등을 놓칠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요가원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꺼려진다면 요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커뮤니티나 요가원마다 1일 특강 형식의 수업이 많이 열리니 등록의 부담 없이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그래도 혼자 가기가 망설여진다면 주변에 요가를 하는 친구 찬스를 사용해보자. 그 친구는 흔쾌히 그 수업을 함께 가 줄 것이다. 요기, 요기니는 항상 요가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니까.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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