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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an 11. 2021

요가와 명상은 같은 것인가요?



새로운 다짐을 적고 목표를 세우고 있는 걸 보면 새해가 오기는 왔나 보다. 매년 무언가에 도전하는 계획을 세워왔는데 올해는 나이 탓인지, 현재 상태가 만족스러워서인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내실 있게 다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요가를 더 깊게 수련한다든지 글쓰기에 더 정성을 쏟는다든지 요트를 더 신나게 타는 것들 말이다. 그중 하나는 한때 열정을 보였다가 식어버린 명상에 관한 것이다.

“30분은 너무 길겠지? 하루에 10분씩 명상하기 어때?”
“10분도 부담스러워. 매일 3분 명상! 노래 한 곡 들을 시간은 앉아있을 수 있겠지.”

친구와 이렇게 소박하고도 헐렁한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명상을 시작했는데, 가부좌자세 파드마아사나로 앉아서 열 번 깊은 호흡을 하고, 오른발 왼발 위치를 바꿔서 가부좌를 튼 후 다시 열 번의 호흡을 했다. 그러니 대략 2~3분이 지나갔는데, 이건 정말로 부담이 없었다. 숨을 스무 번 쉬는 시간이라는 것은 뭔가를 생각할 찰나조차 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부터는 유튜브에서 3분 내외의 싱잉볼 영상을 찾아 틀어놓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듣는 싱잉볼의 울림은 못 따라가겠지만 이 정도도 훌륭하다. 역시나 3분은 굉장히 짧고, 그래서 명상이 쉽고 재미있다.

쉬운 명상을 고수하는 이유는, 명상과 친해지고 이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예전에 머리서기를 연습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처음부터 머리서기 20분 유지를 목표로 하지 않았었다. 그 아사나를 완성하는 것 자체가 챌린지였을 때는 시도 자체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으니까. 일단 그 자세와 친해져야 1분으로 유지 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가능하고, 5분으로 늘리는 도전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5분 유지라는 것 또한 쉬운 것은 아니어서 그걸 어떻게든 버티고 나면 눈, 뺨, 팔뚝의 실핏줄이 터져 피부에 생긴 빨간 반점들을 며칠씩 돌봐야 하곤 했었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자주는 못해도) 10분, 15분, 20분까지도 머리서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걸 보면 시간을 늘리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문제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을 늘리기에 앞서 내가 해야 할 것은 그것과 친해지는 것,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 명상 계획은 너무나 느슨해서 그 이후의 계획이 없다. 어쩌면 3분이 30분으로 늘어날 수도 있고, 다양한 명상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체계적으로 명상을 배워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요가랑 명상이랑 같은 거야? 요가를 하는 사람은 무조건 명상을 해야 하는 거야?”

집안 분위기의 영향인지, 유명 인사들의 극찬을 익히 들어서인지 거부감 없이 선뜻 명상에 동참하기로 한 친구가 그제야 질문을 던졌다.


현대의 요가는 다이어트, 자세교정,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목적으로도 활용되지만 고대의 요가는 명상을 위한 준비단계였다고 한다. 명상의 기본은 척추를 바르게 세우고 호흡을 하는 것인데, 그 기본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신체적 수련이 바로 아사나이고 하타요가이다. 현대에 요가를 몸을 움직이는 행위, 즉 아사나로 인식하게 된 이유는 말장난 같지만 하타요가가 인도 밖에서 가장 유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을 해탈에 이르는 도구로 사용하는 인도에서 하타요가는 몸의 수행에 집중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그 수행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되니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호흡에 신경을 쓰게 된다. 자세와 호흡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다 보면 어느샌가 명상이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렇게 명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요가와 명상을 떼어놓고 볼 필요는 없다'이다. 하지만 요가가 썩 내키지 않는다면  2021년 1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헤드스페이스: 명상이 필요할 때> 를 추천하고 싶다. 동명의 유튜브 채널 <Headspace>에 더 많은 컨텐츠가 있긴 한데, 그 방대함에 길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자막과 더빙 서비스가 추가된 8편의 짧은 컨텐츠가 맛보기용으로 적합할 것 같다. 현대적이고 깔끔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친절하게 명상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명상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굿모닝 아메리카> 출연 중인 산부인과  비만 전문의 제니퍼 애슈턴 박사는 매달  개의 도전과제를 시도하고 이를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라는 책에 기록했다. 2월은 플랭크와  굽혀펴기의 , 6월은 수분 보충의 달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달이 바로 명상의 달이었는데 그녀 역시 명상이라는 개념의 낯섦과 불안감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만일 명상을 실패하는 날이 오더라도 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법과 실패할 기회를 주는 법을 터득하라고, 명상은 패배자라고 비난할 새로운 핑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일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약간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 조금이면 된다. 새해니까, 1월이니까,  정도 마음은 열어도 되지 않을까.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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