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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r 01. 2021

다리 벌리고 요가하는 여자는 야한가?



“요즘 젊은 여자들은 왜 저렇게 엉덩이를 내놓고 산에 오나 몰라. 눈 둘 데가 없어.”
여자 친구들끼리 레깅스를 입고 등산을 하다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비슷한 걱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흰 바지 입고 다리를 쫙 벌려도 돼?”
“이렇게 파진 옷 입고 몸 숙이면 가슴골 다 보이겠다.”
“딱 달라붙는 옷 입고 운동하는 것, 관심 끌고 싶은 것 아니야?”

언젠가부터는 일상복보다는 요가복 구매를 더 많이 하고 있고 요가를 할 때뿐 아니라 달리기를 할 때, 산책을 갈 때, 등산을 할 때도, 여행을 갈 때마저 요가복, 그러니까 레깅스를 입는다. 요새는 출근룩으로도 활용 가능한 플레어 팬츠가 요가복 브랜드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요가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다 보면 가슴골이 보이고, 엉덩이가 정면에 클로즈업되며 치골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밝은 색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고, 다리를 벌리는 요가 자세를 하는 여자는 야한가? 상의를 탈의하고 요가하는 남자는 색기가 있는 걸까?

질문을 확장해서, 왜 요가는 미디어에서 섹시함으로 소비되는가? 5000년의 전통을 이어온 요가가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성상품화 밖에 없는 것일까? 요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섹시한 이미지의 요가와 요가의 본질 사이의 괴리감은 상당하다. 설사 그런 이미지에 끌려 요가에 발을 들인 사람이 있다 치더라도 정작 요가 수업에서의 호흡수련, 명상을 하다 보면 실망이 클 것 같다.


나는 요가의 이미지가 단순한 아름다움이기를 바란다. 우아하고 예술적이면 더 좋겠다. 하지만 내 바람과 상관없이 요가는 섹시하고 화려하기도 하다. 요가를 하면 건강한 피부와 탄력 있는 몸매가 따라오고 나아가 예민한 감각을 소유하게 되니까 섹시해지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또한 숙련된 수련자가 보이는 유연함과 강인함의 조화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것도 맞다. 그러니까 이미 5천 년 이상을 변화해온 요가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현대사회의 니즈에 맞게 적응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요가의 본질은 변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요가하는 사람들은 야하고 색기가 있고 노출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복장으로 요가를 하는 것인지 묻는다면, 그 요가복은 기능성이라고 대답하겠다. 수영할 때 수영복을 입는 것, 골프 칠 때 골프화를 신고 골프웨어를 입는 것, 축구할 때 축구복과 축구화를, 테니스 칠 때 테니스화와 테니스복을 착용하는 것, 각 운동의 기능과 편의를 위해 디자인된 옷을 입는다는 면에서 다르지 않다.


요가는 역 자세가 많기 때문에 옷이 훌러덩 뒤집어지지 않도록 딱 붙게 디자인되어 있다. 그래서 밀착되는 상의가 어색한 남성들은 티셔츠를 바지 안으로 넣거나, 아예 상의를 탈의하고 요가를 하기도 한다.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리는 자세를 하다 보면 통이 넓은 바지는 다리를 타고 내려가 민망한 노출을 초래한다. 이것이 레깅스를 입는 이유이다. 또한 맨발로 바닥에 매트를 깔고 수련하는 요가의 특성상, 요가원은 바닥 난방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수련을 시작하면 땀이 굉장히 많이 난다. 요가복은 땀 흡수가 잘 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지만 이마저도 땀 때문에 옷이 무거워지거나 밀리는 것, 혹은 땀으로 축축이 젖은 옷의 찝찝함을 방지하기 위해 브라탑과 같이 최소한의 옷만 입고 수련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려고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는 것이 아니라 요가를 더 정확하게 잘하고 싶어서 요가복을 입는다. 야한 여자여서 다리를 벌리는 것이 아니라 내전근을 사용하고 고관절의 회전을 활용한 요가 자세를 하는 것이다.



너는 누구의 시선으로 인생을 사는가? 너는 누구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가?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에서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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