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없는 날엔 서핑 대신 째복을 잡자

파도가 없는 날에는

by 담다리담

지난 주였다.

동호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데 발밑에 동글동글한 돌 같은 게 밟히는 거다. 주워보니 조개였다. 바지락보다 조금 큰 그 것은 양양에서만 나는 째복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조개였다. 그제서야 '째복'이라는 단어를 간판에서 간간히 본 기억이 났다.

이 조개.. 잡아먹어야겠다!!

"다음 주에 물안경이랑 망태기 들고 모여!!"


그래서 이번 주 부랴부랴 갔다. 토요일에는 파도가 거의 없었지만 금요일 밤부터 내려가 버렸다.


파도가 없는 여름 양양은 참 여유롭다. 할 것이라고는 맛있는 거 해 먹기, 태닝하기, 카페가서 책 보기, 앉아서 밍기적대기, 동네강쥐랑 놀기. 공기마저 여유로운 햇살을 맞으며 있다 보면 어느 새 저녁이 돼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보낼 수 없다! 바다 속 째복을 잡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보드 수리됐나 확인하러 갔다가(역시 아직 안 됐다ㅠ) 딩딩이랑 조금 놀고 커피를 마시다 보니 이미 오전 11시... 동호해변으로 돌아가서 다른 빌린 보드로 파도 조금 더 깨작이다가 파도가 영 없어서 째복들을 잡으러 들어갔다. 물안경과 빨래망을 쓰고 들고!


이 바다 째복 다 쓸어오겠어! 라고 야심차게 들어간 마음과 달리 그리 쉽게 잡혀주지는 않았다. 잠수하고 들어가서 바닥의 째복을 잡아야하는데, 먼저 잠수가 잘 되지 않았고 들어가서도 숨을 오래 참기가 힘들어서 한 마리 달랑 집어 나오기 일쑤였다. 수트 부력때문에 안 들어가지는건가! 해서 수트자켓도 벗고 들어갔으나, 돌아오는 건 추위 뿐...


처음 한 30분 헤매다 보니 점점 요령이 생겼다

1) 우리는 잠수는 못 하니 얕은 곳에서 잡을 것(신기하게 얕은 바다에도 째복이 많았다)

2) 발로 먼저 모래를 파고들어서 조개가 있는 지 확인하고 잠수할 것

3) 째복은 한 곳에 두 세 마리씩 모여있으니 흐읍 숨을 잔뜩 들이쉬고 들어가서 한 번에 낚아채 올 것


이렇게 하다 보니 금새 많이 잡을 수 있었다. 한 시간 잡았는데 이만큼!

와아 이 정도면 술찜 한 솥은 하겠다! 하며 (추워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서핑하러 들어갔지만.. 으으 이미 너무 추워진 후였다.

바다 위에서 햇빛을 맞으며 떠 있는 것과 바다 속으로 잠수해서 들어가는 것은 온도가 차원이 달랐다. 우리의 입술은 푸르딩딩했고 손가락 끝이 저렸다. 째복잡이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었다! 일단 작전 상 후퇴!


방으로 돌아온 이제 중요한 해감이 남았다! 사람들이 충고하기를, 해감을 해도 모래가 씹힐 수 있으니 꼼꼼히 해야 한다고 했다!


마트에서 사는 조개들은 해감이 다 되어 있어서 걱정할 것이 없었는데 모래 속에 있는 아이들을 건져낸 거다 보니 걱정이 되었다. 블로그를 보고 익힌 대로 물에 소금을 타서 어두운 곳에 두기로 했다. 굵은 소금은 없어서 아쉬운 대로 꽃소금으로 농도를 맞추고(먹어 봤다), 스테인레스 집게도 넣고 사쉐를 덮어서 창고에 넣어뒀다.


시간이 흘렀지만 얘네가 입을 안 연다. 왜 안 열지... 아까 바닷물에 넣어뒀을 땐 혀를 빼고 있었는데... 빼꼼빼꼼 들여다보며 저녁이 되었는데도 모래가 나오는 게 없다. 안 되겠다. 아까 바닷물에서는 입을 열었으니 바닷물에 다시 담그어 놓자. 바닷가로 바닷물을 푸러 갔다. 그렇게 바닷물을 퍼 오고 굵은 소금도 사 와서 타고, 화장실에 불 끄고 넣어뒀다.(화장실 들어갈 땐 후레시만 켜기!) 조금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어머나 혀를 주욱 빼고 있었다. 얏호!


이대로 밤새 뒀다. 다음날 만찬을 위하여..(쟈닌..) 다음 날 점심 혹시 모래가 있을까 하고 술찜을 조금 해 보았는데,, 결과는 해감 성공!!

두 번째 냄비의 술찜은 잔뜩 했다. 다들 아주 반응이 좋았다. 해감이 잘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고, 뭣보다 바지락보다 훨씬 맛있었다. 알도 실하고 더 쫄깃하고! 째복잡이 대 성공!! 째복 너무 맛있다. 다음엔 째복물회도 사 먹어봐야지! (또 잡는 건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ㅎ)

째복. 아주 실허다..
바지락술찜 아니쥬 째복술찜~ 보기만 해도 쫄깃해보여유
두 냄비 가득해서 요새 핫하다는 라이스페이퍼 떡볶이랑 먹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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