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랭 Aug 25. 2020

큰 그림을 그릴 때 조심해야 할 점

지인 중에 인생을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었다.

열정으로 사람을 빚는다면

유노윤호와 다음은 이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1분 1초를 헛되이 보내는 걸 본 적이 없으며

특히 자기 일에 있어서는 그 열정이 어마어마했다.

일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했고

노력한 만큼 실력 역시 나날이 좋아졌다.

게다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다양한 취미활동까지 즐겼는데

모자란 체력은 수액으로 보충하기도 했다.

항상 꽉 차있는 스케줄 때문에

그와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어렵게 약속을 잡았다 하더라도

그는 매번 일 핑계를 대며 약속을 미뤘다.

또한 그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었는데

처음엔 그의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도 그의 일을 기꺼이 도왔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그는

언제나 꽉 차있는 스케줄 때문에 고맙다고 인사하고

후다닥 다음 스케줄을 가기 바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부탁을 했을 땐

그는 너무나도 바빠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일로 만난 사람들은

그가 정말 열심히 사는 훌륭한 청년이라 칭찬했지만

그와 개인적으로 친했던,

특히 아주 오래된 친구들은

그에게서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끼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더이상 함께 웃고 우는 자리에

그를 부르지 않았다.

물론 그가 함께 웃고 울어달라고 하는

연락에도 사람들은 응답하지 않게 되었다.






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큰 그림만 잘 그리면 문제가 생긴다.

물론 인생에서

이 큰 그림을 그릴 재능이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룰 수는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큰 그림만 좇다

방치해둔 작은 것들이

눈물나게 소중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놓치고 있는 것들이

체면따위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 수 있는 옛 친구이거나,

내품을 파고들며 안아달라고 보채는 자식이거나,

늘 내 곁에 든든한 기둥으로 남아주실 것 같은

부모님같은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당신은 평생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들은 지금까지 이뤄 놓은 모든 것들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매우 의미있지만

순위 밖으로 쫓아낸 그것들이

어떻게 나에게 돌아오는지도

꼭 한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행복들은

당연히 내곁에 영원히 머물 거라고 여기지만

그렇게 방치하며 흘려보낸 시간들을

수습하려고 할 때

그들이 아직 나를 기다려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작은 것들이야말로 평소에 지켜야 한다.



얼마 전 우연히 어떤 프로그램에서

인상깊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보게 됐다.

남편은 중졸 출신, 난독증에 알콜 중독으로

막노동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남편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아내는

남편에게 글자 공부를 권유하였고

그 뒤로도 20년간 식당 일을 하며

남편의 공부를 내조했다.

그 결과 남편은 수능 모의고사 만점은 물론이고

게임 중독에 빠진 아들 둘을 직접 가르쳐

국내 최고의 명문 대학인 S대에 보내며

많은 사람들의 멘토가 되었다.

현대판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로 불리는 이 부부는

'세계 부부의 날' 대상을 받을 정도로

다른 부분들의 본보기가 되는 훌륭한 부부였다.

그런데 반전은 그렇게 평생을 남편의 공부를 도운

평강 공주 아내가 '이혼'을 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물론 남편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아내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1년만 안식년을 달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까지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남편은 당황스러워했다.

80살까지만 자기를 도와주면

그 다음은 당신을 위해 살겠다고 아내를 설득했지만

아내는 늘 도전하며 사는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평범한 자신에겐 힘들었다며

이제는 자기 꿈을 위해 살고 싶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진심어린 아내의 이야기에 남편은

그동안 아내가 자신을 도왔듯이

1년 간 아내의 꿈을 위해 열심히 도울 것을 약속하며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다행히 남편은 인생에서 도전과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큰 그림에 희생되고 있는

아내의 다급한 외침을 무시하지 않은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그 남편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당신이 그린 크고 아름다운 그림을 걸려면

일단 다른 사람들의 작은 캔버스들이

밑에 깔리는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억지로 작은 캔버스들위에 내 그림을 얹어 놓으면

열심히 그린 그 큰 그림 역시 언젠가 떨어진다.

애초에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나의 목표와 꿈은 제대로 된 꿈이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이 준비한 큰 캔버스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서로의 목표와 성과를 응원하며

이 사람의 그림에서 나 역시 또 다른 영감을 얻어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상대방이 잘 그리는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도록

자리도 내주며

그렇게 서로 도우며 그리다 보면

나 혼자 그릴 때보다

훨씬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우리,  큰 그림뿐만 아니라

아주 아주 작은 그림도 기꺼이 그리자.

당신의 큰 목표와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

당신 주변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위해서도

충분히 시간을 내고 살펴보자.

큰 그림보다 중요한 것은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주변을 살피며

그들의 작은 그림을 돕는 사람들이야 말로

비교할 수 없는 캔버스 넓이를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그러나 멀리 보는 새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는 알 수 있어도

자기 발밑에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는 알 수 없다.

넓게 세상을 바라보되,

때로는 주변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당신에게 작은 행복을 주는 물고기들은

바닷속에 있으니 말이다.



P.S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의 큰 그림에

가려진 작은 그림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반드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는 내 자리라고.

침범하지 말라고.





이전 09화 질투를 나의 힘으로 만드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