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화가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리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그녀는 자신의 아주 오래된 친구 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 A는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마다
'너 참 힘들겠다.'
'웬만해선 그렇게까지 안 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냐.'하며
친구의 좋지 않은 상황을
꼭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뒤에는 꼭 '나는 이러이러해서 참 좋은데.'
'나는 너에 비하면 진짜 행복한 거네.'라며
그녀의 불행과 비교하여
자신의 행복을 확인한다고 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듣다 보면 열이 뻗쳐서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오래된 친구이다 보니 안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A를 만나 약점이 될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서로 자랑 배틀만 잔뜩 하고 오는데
이런 날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다시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그녀는 A가 진짜 친구인지도 이제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살다 보면 A처럼
다른 사람의 불행과 비교하여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위로한답시고 조언을,
걱정한답시고 폭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가끔은 불쌍하단 생각도 든다.
저렇게까지 해야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인지
한 편으론 짠하기도 하다.
그러나 불쌍한 건 불쌍한 거고,
나를 비교의 대상으로 여기며
자신의 행복의 제물로 삼는 사람을
언제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다.
오랜 친구인 만큼
서로 터놓고 즐거운 일, 힘든 일을 나누고 싶은데
이런 식의 대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얘기해 보되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끊어내는 게 상책이다.
친한 관계에서 기쁜 일을 나누는 것만큼
슬픈 일이나 힘든 일을 나누고 받아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서로에게 힘이 돼주지는 못할망정
비교의 고통까지 더해주는 사람을
굳이 곁에 둘 필요는 없다.
UCLA 정신과 임상교수인 '주디스 올로프' 박사는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만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피곤이 가중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같이 웃고 같이 대화를 했는데
긍정적인 에너지나 자존감이 뚝뚝 떨어진다면
그들은 피해는 게 맞다.
그들은 나의 에너지를 뺏어가는 뱀파이어다.
특히나 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어떡하니"라는 사실을 잘 알아두자.
그들은 위로로 포장한
자기 위안을 주무기로 사용한다.
영화 속 뱀파이어는
심장에 말뚝을 박든,
은 탄환으로 물리칠 수라도 있지만
현실에 살고 있는 뱀파이어는
자신들이 뱀파이어인지도 모르고 산다.
결국 내가 파악하고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두 눈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보자.
당신의 주변에 '에너지 뱀파이어' 가 있는가.
혹은 당신이 '에너지 뱀파이어'는 아닌가.
있다면 끊어내고
당신이라면 당장 멈춰라.
'에너지 뱀파이어'는 그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숙청대상 1호임을 명심하자.
P.S
*에너지 뱀파이어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주변에 '에너지 뱀파이어'를 찾아내 보자.
-언제나 우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
-주로 비난을 퍼붓는 사람
-연극배우처럼 자신의 현실을 극적으로 과장하는 사람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자기만 주목받으려는 사람
-남에게 끝도 없이 해결책을 요구하는 사람
-영혼 없이 사교적인 사람
-남의 약점을 들추고 공격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