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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랭 Oct 21. 2020

왜 꼭 행복해야 하죠?

친구와 인생의 최종 목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와 나, 둘 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합의를 봤는데

그런데 그놈의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친구는 일단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꿈을 이루거나,

바라던 일을 성취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건강을 잃는다면?

그렇게 하나씩 이야기하다 보니

행복의 조건들이 자꾸 늘어갔다.

결국 돈도 많고, 성취감도 있으면서,

본인과 주변 사람 모두 건강하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우리는 영영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뜨는 해를 보며 빌고

돌 쌓으면서도 빌고

교회에서, 절에서, 생일 케이크 앞에서도 빈다.


그러나 정작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럼, 난 진짜 행복한 사람이지!"

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파랑새는 집 근처에 있고

널리고 널린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데,

동화 속 주인공들은 그렇게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면서

우리에게 행복은 어쩐지

너무 먼 얘기 같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가

일단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무엇들인지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로또가 된다.

사는 즉시 두 배 뛰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명문대생이 된다.

경쟁률 빡세기로 유명한 시험에 붙어

공무원이 된다.

엄청난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 사원이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무엇이 '되어야만'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까

뭐가 안 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런데 뭐가 되는 건 너무 어렵고

특히나 남들도 다 되는 건

되는 걸로 안 친다.

고로, 우리는 너무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는

'로또 되게 해 주세요.'보다 어려운

주문인 듯 보였다.


행복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쯤

책 '해빙'을 쓴 '이서윤'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

이 이야기가 나의 행복론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저는 행복이란 가치를
인생에서 중요한 목표로 두지 않아요.
왜냐하면 행복이란 것은
나도, 주변 사람도 아프지 않아야 하고,
기타 등등 수많은 조건들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조건이 통제하고 유지하는데
인생을 전부 쏟아붓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행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 이야기를 보고

나는 행복의 제로베이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제로베이스가 행복이면 삶이 피곤하다.

제로베이스는 0이어야 한다.

0은 그냥 마음이 평온한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은 행복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지만

사실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은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일들은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에 받는

선물 같은 것들이다.

매일 받을 수 없다.

잠깐은 행복할 수 있지만

그 여운이 평생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평소에 평온한 마음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하루가 감사해진다.


누구 하나 얼굴 붉힐 일 없이 지나간 오전,

전철 환승 딱딱 맞춰 조금 더 일찍 퇴근한 저녁,

그저 평화롭게 지나간 하루가 감사해지는 순간

그때서야 행복이 주변에 있다는 말이

실감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행복에 집착하지 말자.

행복의 조건들이 많아지는 순간

당신은 행복해지기 더 어려운 사람이 된다.

행복은 밖에서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것임을 명심하자.



p.s

다시 한번 말하지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또가 되고

청약이 당첨되고

월 천만 원씩을 번다고 해도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제발 이뤄지게 해 주세요.

할렐루야 아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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