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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랭 Jul 29. 2020

어느 파워블로거의 조언

내가 대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한 블로거가 있다.

파워블로거이기도 했던 그녀는

개그우먼 뺨치는 입담과 센스 있는 글들로

나름 블로그계의 유명인사였다.

지금은 블로거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내가 그녀를 알았던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고 좋아한다.

나 역시 팬으로 오랜 기간 지냈고

그녀를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는데

생각만 하던 그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사석에서 그녀와 밥을 먹고

와인을 한 잔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는 술기운을 빌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그녀에게 물었다.

나는 특히나 평범했던 웹디자이너가 어떻게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플루언서가 되었는지에 대해 듣고 싶었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대답은

남들은 발견하지 못한 성공 루트가 있다거나,

글을 쓸 때 어떤 전략이 있다든가,

타고난 입담과 재치로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같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냥 성실히 존버 하면 돼.


아니, 존버가 왜 여기서 나와.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런 센스와 재치는 그냥 재능 아닌가.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풀어만 놔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잘 된 거 아닌가?

겸손하려고 하는 소린가?


그러나 그녀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파워블로거의 위용이 남다르던 시절,

자기 주변엔 정말 많은 블로거들이 있었다고 한다.

주제도 관심사도 모두 달랐지만

그들 역시 많은 팬들을 확보한 파워블로거들이었다.

그 당시 자기보다 훨씬 많은 팬을 확보한

파워블로거들도 정말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아직까지 남아 있는

파워블로거들은 얼마 없다고 했다.

각자 이유야 있었겠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하나둘 사라졌고

자신은 그냥 하던 대로 묵묵히 버텼는데

어느새 블로그계의 시조새가 되어

다른 많은 기회들이 열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장점이 입담이 아닌

성실과 끈기였음을 알고 대단히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처음 시작한 유튜브 역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한 편당 4시간 넘는 편집 시간을 들여

영상 하나, 하나를 꾸준히 만들었고

블로그에 비해 저조했던 구독자 수는

이제 유튜브를 통해 팬이 된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늘었다.

물론 블로그 역시 계속 운영 중이어서

그녀의 글과 영상 모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때는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하던 걸 쭉 하는 게 맞을 때가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란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밀물일 때나 썰물일 때나

그냥 꾸준히 노를 젓고 있던 사람이 더 멀리 간다.


사람들은 A라는 길이 좋다고 하면

너도 나도 따라가다가

요즘 대세는 B라고 하면

또 길을 바꿔 그 길을 따라간다.

그러나 그렇게 좋다는 길을

다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시간만 버리고

제자리에 서 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나보다 A 길을 뒤늦게 들어선 누군가가

남의 말 듣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쭉 걸어

어딘가에 도착해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그냥 그 길을 계속 갈걸

땅을 치며 후회한다.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그 길이 가볼만한 길이라고 결론 내렸으면

끝까지 가 보는 것도 중요하다.

시작은 누구나 미미하다.

그렇지만 누구나 원하는 그 결과는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면 남들은 안 보이는

새로운 길이 다시 열리고

그들은 더더욱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존버의 길을 떠나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내 안에 자신감을 잔뜩 주유하고

출발하는 것이다.

'난 된다.'라는 긍정적인 사고 없이는

그 멀고 고된 길을 가기 힘들다.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고

자신감 대신 두려움이 가득 차 있다면

나는 무턱대고 그 길을 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어떤 시련이 와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

충만한 자신감,

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난 이 길을 간다 같은

절실함이 없다면

사실 존버 하는 내내

끊임없이 뒤를 돌아볼 것이다.

그러니 존버 하기 전 두둑하게

자신감이든 절실함이든 내면을

먼저 채우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자신감 또는 절실함을

만땅으로 채우고 떠나도

사실 전혀 불안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내 안의 자신감을 믿고

엑셀레이터를 밟아야 한다.

부정적인 이야기, 이게 더 좋다는 이야기 따위

귓등으로 살포시 넘기고

이 길을 쭉 가서 성공한 사람들의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찾아보고 들으며

또 한 발을 내딛어야만 마침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달인들을 보면

같은 인간이지만 존경심과 경외심마저 들 때가 있다

인간이 한 우물을 파면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들이 생긴다는 사실을

매주 확인시켜 주는 엄청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초능력까진 아니어도

꾸준히 그 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만들어주는 달콤한 열매를

하나씩 쏙쏙 수확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존버의 결과물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가보고 싶은 길이 있는가?

부단히 걸어보자.

당신이 가는 길이 맞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올 때까지.

그 이정표가 당신의 다음 길을 알려줄 것이다.

부디 울며 돌아오지 말고

우리 모두 존버하여 그곳에 도착해 보자.

또 모르지 않은가.

생각보다 그 길이 꽃도 피고 그늘 시원한

아름다운 길일지.



p.s

다 쓴 것 같은 치약도 존버 하면 2주는 더 쓴다.

치약 만큼만이라도 힘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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