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 아사나로 앉는 것은 참 이상한 자세이다. 영웅 자세로 앉기로 해놓고서는 무릎을 꿇고 양옆으로 다리를 벌려 엉덩이 옆에 발바닥을 놓는 자세를 한다. 아마 우리 할아버지가 내 남동생이 이 자세로 앉는 걸 보셨으면, 어디 계집애처럼 앉아있냐고 화를 내실만한 자세이다. 하여튼 그렇게 앉은 뒤 발을 잡고 팔꿈치로 바닥을 지탱하며 서서히 눕는다. 머리가 완벽히 바닥에 닿았을 때 발을 잡은 손을 풀어 머리 위로 올리거나 머리 위로 팔꿈치를 서로 잡으면 숩타 비라 아사나가 완성된다. 숩타는 눕다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누워서 하는 영웅 자세란 뜻이다. 세상 도대체 어느 영웅이 이렇게 기괴한 자세로 누워 있을까.
이 자세는 특히 남자가 하기 어려운 자세인데, 우리 남편은 스트레칭도 없이 혼자 이 자세를 곧잘 따라 하곤 한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알려주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 남편에게 함께 요가를 하자고 조르곤 하는데, 남편은 한 번 해보더니 그때마다 요가라면 질색팔색 하며 도망가 버리곤 한다. 유연성은 타고났으니 수련을 하면 나보다 훨씬 더 요가를 잘할텐데 도통 요가는 내키지 않는단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통제는 수련하는 자들이 멀리해야 할 야마 중 하나이므로, 남편이 원하지 않는 것을 끈질기게 조르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반면 내가 이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여 내가 느낀 즐거움을 그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결코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마치 영웅이 왜 무릎을 여자처럼 꿇어앉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정말 모르겠다. 오랜 고민 끝에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이 책을 마무리 짓고 남편에게 선물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다시 한번 요가가 해보고 싶어 질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