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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지기 Oct 30. 2020

쓰기, 일상이 빛이 되는 순간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보통의 시간들

내게는 소원이 있었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별한 사람이 되려면 평범한 것을 가치 있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마흔이 되어서야 알았다. 아니, 알아가고 있다. 어릴 적 소원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유효하다. 


늘 지나치는 길, 늘 마주하는 주방, 내 손과 발이 닿는 길에 답이 있었다. 내가 스쳐간 모든 시간과 공간은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존재가 되었다. 바라봄에 그 존재들은 곧 내게 답했다. 자꾸 보고, 오래 보고, 특별하게 봐줘서 고맙다고, 이제는 당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그렇다. 나는 내가 바라본 사소한 것들 때문에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걷다 보면 세상이 보였고 나 자신이 보였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면 밖으로 나가 걸었다. 걷는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떠올릴 필요가 없는데 자꾸만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내가 걷는 길에 놓여있는 풀과 나무, 꽃과 나비들이었다. 걷기 시작하자 길 위에 있는 보통의 존재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고 그들은 내 삶을 꽃과 나무가 되게 했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느라 종종 대는 시간들이 지겨웠다. 별 가치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져 그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그만 지겨워졌다. 가치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만 같아 무기력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이든 쓰기로 했다. 쓰기 위해 바라보자 모든 일이 소중했다. 어느덧 나도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톨스토이는 말했다.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라고. 


삶은 나를 힘들게도, 좌절 케도 했다.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을 때, '쓰기'라는 도구가 없었다면 나를 둘러싼 보통의 존재들을 특별하게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나를 둘러싼 보통의 존재들이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해 줬다. 보통의 존재인 '나'를 빛나게 해 준 '보통의 시간'들과 내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것들', 그것들이 내 삶에서 춤추도록 도와준 '쓰기'에게 고맙다. 나는 더 이상 특별할 필요가 없다. 평범한 보통의 존재는 이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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