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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May 08. 2024

워홀 시즌 2, 골드코스트에서 다시 시작!

3번째 근무지, Couran Cove Resort!


시드니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 간의 IELTS 시험준비가 끝 나갈 즈음 다음 여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Whitsunday 지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경험해보지 못한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험 이후의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지역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기에 Job도 함께 찾아보았다. 호주의 고향 같은 곳인 브리즈번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의 Goldcoast에서 정착해보고 싶은 마음에 일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리조트!


South Stradbroke Island, Couran Cove Resort


너무 일해보고 싶었던 곳이라 꼭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메일로 이곳 HR부서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메일 회신이 없으면 유선으로 전화를 했는데 확인해보니 당장 빈자리가 없다는 답변에 아쉬운 마음과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나의 리조트 근무경력을 어필하며 어떤 Position이라도 성실히 소화해 낼 수 있으니 공석이 생기면 꼭 전화나 메일로 알려달라는 부탁을 한지 한지 보름 정도가 지나서 코란코브 리조트로부터 반가운 입사제의 메일을 받았다.


Main Posion은 역시 Kitchen Steward였으나 Casual Position이었기 때문에 Extra Job을 뛸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곳 역시 직원숙소 및 숙소제공과 페리 할인 탑승권 제공등 근무여건도 좋았으며 시간당 Pay는 22 AUD가 넘었는데 이는 호주에서 근무한 리조트 중 급여조건이 제일 좋았다. 나는 시드니에서 IELTLS 시험을 치른 후 보름 만에 코란코브 리조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세 달 넘게 공부를 하느라 그동안 모아둔 돈의 상당 부분 지출한 상황 속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게 되어 가뭄에 단비 같은 채용 소식이었다.



< 코란코브 리조트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던 날 >




'코란코브 리조트'는 골드코스트 South Stradbroke Island에 위치한 아름다운 리조트로 한국인 허니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Runaway Bay의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30분간 이동하니 섬 속의 작은 리조트 마을이 나타났다. 선착장에서 Security 직원은 나를 HR부서로 데려가주었으며 함께 일하게 될 직원들도 소개해주며 반갑게 맞이해 주는 모습에서 지난 1년간 경험한 곳보다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호주에서 2년 차 접어드는 시점에 나는 3번째 근무지인 코란코브 리조트에서 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나무로 만든 숲 속의 집, 직원 숙소동은 직원들의 개인 사생활 보호가 잘 될 수 있도록 한채 한채 서로 떨어져 있었다. 한 채에는 2 Room에 화장실과 거실은 파트너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섬 내에서는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현관 앞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퇴근 후 울창한 나무를 옮겨 다니는 다람쥐와 새들을 친구 삼아 맥주 한잔을 들이켤 수 있는 것이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이 통나무 집은 업무로 인해 지친 직원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었으며, 때로는 서로 친해질 있는 파티의 장소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이곳에 입사 후 몇 달 동안은 나의 성실함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때의 근무시간과 급여기록을 보니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지만 그때는 그렇게 살인적으로 일을 해도 힘들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가족같은 관계와 높은 급여 덕분에 힘든지를 몰았던것 같다. 아니 세상에 일주일에 평균 65시간, 최고 70시간까지 일을 했다는 것이 지금 보니 믿기질 않았다.


리조트에서 해볼 수 있는 일도 멀티근무를 통해 모두 해보았다. '멀티근무'란 자신의 주요 보직 이외 남는 시간을 통해 다른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는 Extra Job인데 Casual Position 조건에만 허용이 되었다. 나는 공부할 때는 공부에 올인하고 일을 할 때는 일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때는 일에 올인을 했던 것 같다. 메인 보직은 셰프 보조였지만 Waiter, House Keeper, PA(Public Area Cleaner) 등의 일을 경험해 봤고 Extra Job을 통해 단기간 워홀러가 모으기 힘든 규모의 돈도 모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약 3개월 동안 10,000 AUD가 넘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 당시 근무기록과 급여내역서 >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흥분되었다. 비록 원어민 수준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먼저 다가가서 인사 나눌 수 있는 용기와 친화력이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을 메워주기에 충분했다. 출신국가, 나이, 성별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오직 '워킹홀리데이'라는 목적 아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모인 우리들은 이곳에서 6개월 간 가족이 되었다.


하루 13~4시간 일을 해도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만 서려있는 이곳 생활은 2년간의 호주 추억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자정이 넘어 일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친구들이 힘든 하루를 보낸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씩을 건네주던 곳, 처음으로 하우스 키핑 업무를 배우던 날 응원과 칭찬을 아낌없이 보내던 친구들, 각자 잘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다 같이 모여 소소한 파티를 하며 타지에서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만끽할 수 있었다.





2010년 6월 나는 매니저 Ivi에게 결혼식을 위해 한국으로 잠시 다녀오겠다며 휴가를 요청했다. 당시 나는 지금의 아내와 5년 이상 만남을 가지고 있던 중 호주에서 워홀 2년 차가 넘어가는 시점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군복무 기간 동안 오랜 연애 끝에 또다시 호주 워홀을 기다려주는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 마음이 항상 들었다. 당시 아내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나만 믿고 결혼 후 다시 호주로 간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내 생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결혼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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