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거리: 1820.79km, 누적시간: 369시간 37분
표지사진: 여의도한강공원, ‘하늘 싸리비’
한적한 경기 서부에서 서울을 바라보다
마포 집에서 ‘행주산성’은 크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자동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고 많이 붐비지 않은 반면, 오래된 맛집들이 많아서 종종 가는 편이다.
행주산성은 임진왜란(1592) 때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으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흙을 이용하여 쌓은 토축산성이다. 산성은 7세기 삼국시대 때 지어져 조선시대에 대건축이 이루어졌으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에 위치하고 있다
한강을 따라 김포 방향으로 ‘행주산성’을 직접 걸어서 가기로 했다. 하늘이 맑고 깊어,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늘은 23년 12월 10일, 한참 겨울에 접어들어 추위로 숙성되어 가는 하루이다.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입성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여의도한강공원에 ‘소녀시대숲’이 조성되어 있다.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공원 안에 K-POP 한류 가수들의 나무숲이 여럿 조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조성된 소녀시대 숲은 2013년 8월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인 티파니의 생일을 맞아 팬들이 725만 원을 모아 나무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조성됐으며, 인근에는 동방신기, 인피니티, 샤이니 등의 팬들이 조성한 숲이 존재한다. - 출처: 우리뉴스
봄 여름과는 달리, 이제 반바지에 반팔로만 걷기에는 힘든 계절이 되었다. 조금만 추워도 나오기가 귀찮아진다. 지난 6개월간 미친 듯이 걸었지만, 겨울로 갈수록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걷기는 피로와의 싸움이 아니라, 추워서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귀찮음과의 전쟁이다.
한강변 주변으로 겨울 갈대가 가득이다. 잿빛갈색으로 물들어 하늘거린다. 그대로 손가락을 스친다. ‘파라락’ 소리가 ‘흥겹다’. 남단에서 바라본 저 건너 자유로가 이름처럼 ‘평화롭다’. 한 번도 여의도에서 김포 방향으로 행주대교까지 걸어 본 일이 없었기에, 오늘 ‘새롭다’.
방화대교를 지나 행주대교가 눈에 보인다. 주변으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없다. 고요하다. 어두컴컴한 밤이었다면 엄청나게 무서웠을게다. 강서한강공원에 도착했다. 여기는 서울 한강의 마지막 공원이어서인지, 모든 풍경이 황량하다.
행주대교를 건넌다. 행주산성에 직접 오르지는 않을 예정이다. 또 한참을 기어 올라가기에는 이미 오늘 코스도 40Km에 가깝다. 산성까지 오른다면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무리다 싶었다. 그냥 행주대교를 건너 다시 마포로 향할 예정이다.
행주산성 초입에는 자전거부대가 한가득이다. 자전거 코스의 끝단이어서인지 ‘자전거포’도 많고, 또 간단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국숫집도 많다. 그중에 가장 유명하고 허구한 날 대기줄이 가득한 ‘가나안 국수’를 먹고는 가봐야겠다. 막상 줄을 서 보니 생각보다는 빠르게 웨이팅이 해소되었다. ‘그렇지. 잔치국수 먹는 것이 뭐 얼마나 걸리겠어’. 그렇게 나도 초음속으로 섭취하고 다시 돌아가는 길로 들어섰다.
마포대교, 서강대교, 당산철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가양대교, 그리고 마곡철교와 방화대교, 행주대교까지. 서울 마포에서 경기 김포로 가는 길에만 한강다리가 9개에 이른다. 그 다리마다 끝에 서서 나는 겨울 하루를 다지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꽤나 경쾌했다. 그렇게 23년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 끝
#행주산성, #행주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