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밭으로
3월 말 처음 밭에 가고 거의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엄마가 일찍 심었다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눈이 오면 얼 수도 있으니 천천히 심어도 된다고 했고 사이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부랴부랴 친환경비닐을 주문하고 심을 모종도 골라 언니에게 부탁했다. (마침 언니가 온라인 모종샵에서 알바를. 호호)
어? 분명 내 밭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오랜만에 간 내 텃밭은 정리가 되어 있고 상추, 가지, 감자 등 몇 가지 작물이 둘레를 따라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이게 뭐야? 응? 이게 뭐지?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텃밭에 도둑이 들다니.... 허허허허허. 관리자에게 조치를 부탁드렸지만 사실 딱히 방법이 없긴 했다. 누군지 알아야지! 내가 하는 걸 봤으니 심었던 모종을 정리하겠거니 하고 몇 주 두고 봤지만 소용없었다. 주구장창 밭에 붙어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그냥 뽑아 버리기도 좀 뭐 하고. (한두 달 지나서 알게 된 사실. 범인은 다름 아닌 첫날 나에게 말을 건 그 할머니였다! 두둥.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친환경비닐멀칭
도시텃밭에는 여러 규정들이 있는데 비닐멀칭을 할 경우 꼭 친환경제품이어야 하고 관리자에게 먼저 새 상품을 확인받아야 한다. 시골에서 비닐멀칭하는 걸 많이 봤던지라 아주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그 많은 밭에 비닐멀칭은 한 건 내 밭뿐이었다...(튄다 튀어) 그도 그럴 것이 텃밭이 한두 평정도인데 3만 원이 넘는 비닐을 사서 고작 몇 미터 쓰기에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난 초보답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고. (남은 비닐은 시골집으로)
비닐멀칭의 장점은? 잡초억제, 수분유지, 온도조절, 토양 유실 및 침식방지, 병해충 예방, 비료 손실 방지, 수확물 청결 유지 등... (출처:chatGPT)
꼼꼼하게 밭을 가꾸지는 못했기에 비닐멀칭 덕을 많이 봤다. 잡초는 어디고 틈만 있으면 무지막지하게 자라 너무하다 싶을 때는 한 번씩 뽑아줬는데(비가 온 뒤 땅이 촉촉하고 구름이 낀 흐린 날 하면 좋다) 작물의 영양분을 뺏어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웃에 민폐가 될까 봐. 그리고 너무 비교가 됐기 때문에! 나의 이웃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잡초 하나 본 적이 없었다. 밭은 언제나 쇠똥구리가 지나간 듯 고슬고슬 짙고 촉촉했다. 길고양이도 이웃 고추밭 그늘에서는 종종 쉬어갔으니. 이렇게 부지런할 수 있다면 비닐멀칭 따위 필요 없다!
*2024년, 일 년 동안의 텃밭생활을 돌아보며 쓰고 있습니다.
초초초초보의 일지이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에게는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