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엄마 Nov 10. 2023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짓말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라며 반문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 '시간이 없어서' 일 것이다. 그런데 <도둑맞은 집중력>에 의하면 2017년 미국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겨우 17분에 불과하지만 핸드폰 사용 시간은 평균 5.4시간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 같은데 그 바쁜 와중에 sns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쇼핑몰에서 쇼핑까지 한다. 이것만 봐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기보다 책 읽을 '마음'이 없다. 또는 책 말고 '다른 것'이 더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듯하다.


가끔 교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지나가는 말로

"박 선생, 한가한가 봐~"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베짱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다. 오히려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보고 있을 땐 안그런데 유독 책 읽을 때는 그런 시선을 느낀다. 사람들은 한가하거나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바쁜 일 끝나고 좀 한가해지면 '책이나 읽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한가한 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나 역시 방학을 앞두고는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잔뜩 작성한다. 그러나 막상 방학을 하면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먼저 눈에 보이기도 하고, 시간이 많다는 생각에 미뤄두기도 하니 정작 계획한 책의 절반도 읽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 육아휴직 때는 일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때랑 거의 비슷한 독서량에 놀란 적이 있다. 분명한 건 시간이 많아야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책을 가장 치열하게 읽은 적이 언제 인가 생각해 보면 둘째 아이를 낳고 잠잘 시간도, 먹을 시간도 부족하던, 인생에서 가장 정신 차리기 힘들었던 시기이다. 그전까지는 취미생활에 지나지 않던 독서를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자주 힘들어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나는 내가 과연 엄마가 맞기나 한 걸까?'  '나는 모성애가 남들에 비해 적은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엄마로서의 자질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나쁜 엄마라고 흉볼까 봐 어디 가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내가 본 엄마들은 하나같이 육아를 잘 해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역할에 매몰되고 나를 채찍질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져 갔다. 그러한 시기에 나는 '나를 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펼치고 ‘엄마’에서 ‘나’로 돌아오는 그 시간이 무척 소중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만은 또렷해졌다. 지푸라기라도 부여잡는 심정으로 필사적으로 읽고 또 읽었다. 그 시기엔 엄마들의 자기발 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 읽으면서 흠칫 놀랐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 후에도 책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았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처럼 하나같이 나를 잃기 쉬운 순간들이었다. 나는 그럴수록 더욱 책을 붙들었다. 책을 읽는다고 지금 당장의 어려움이 해결되거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면, 그런 순간이야말로 독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잠시 멈춰 방향을 살펴볼 수도 있고, 나를 돌아볼 수도 있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책을 통해 구해보자. 깜깜할 때 내 앞을 밝히는 작은 손전등 하나 품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혼자가 아닌 것 같아 든든할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해 긴 시간을 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독서 초보자의 경우라면 최소 20분 이상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은 영상이나 게임과는 달리 초반에 빠른 시간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걸 두고 진입장벽이 높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그 진입장벽만 넘어 책에 집중하게 되면 그만큼 즐거운 것도 없다. 딱 20분! 핸드폰을 방해모드로 바꿔두고 딱 20분만 집중해 보자. 나는 책을 읽다 핸드폰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타이머기능이 있는 독서 어플을 이용하기도 하고, 집에서는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두고 타이머를 이용해 책 읽기에 집중하기도 한다. 하늘이 두쪽 나도 20분 이상은 읽자는 마음으로 그게 적응되면 책 읽는 시간도 점차 길어질 것이다.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잡힌 뒤라면 5분, 10분 자투리 독서도 즐길 수 있게된다.

독서타이머앱과 타임타이머

또 한 가지,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퇴근하고 아이들이 잠든 후에는 집중력이 매우 약해진다. 그 시간에는 집중력을 덜 요구하는 가벼운 내용의 책이나 술술 잘 읽히는 소설 등을 읽는다. 그리고 정보와 지식을 구하는 책, 사유를 필요로 하는 책은 주로 새벽이나 오전시간을 이용해서 읽는다. 내가 언제 집중이 잘 되는지를 생각해 보고 언제 어떤 책을 몇 분 간 읽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해보자.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 내서 읽는 것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한다.

 

이전 01화 독서, 권태기가 찾아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