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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Mar 02. 2021

눈물 수도가 잠겼다면

산책뒤끝記

눈물은 목소리가 없는 슬픔의 언어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계몽주의 선구자였던 볼테르가 나를 보면 슬픔을 표현할 줄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불행히도 나는 눈물이 말라있다. 

또르르 흘러야 정상인 상황을 가볍게 넘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고장 난 건 아닌지 나를 의심하곤 했다. 

어쩌면 눈의 수도꼭지가 녹슬어서 돌아가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로봇이라고 놀리지만 그래도 큼직한 몇 번의 사건에 운 기억은 있다.

눈물. 98.2%의 물과 1.8%의 단백질, 염화이온 등으로 구성된 물이다. 

신기한 건 눈물의 염분은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분하거나 슬플 때 눈물 속 염분이 가장 많다고 하는 걸 보면 격한 감정은 짠 성분으로 되어있나 보다. 

또한, 울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드는 건 밤송이 같은 짠 감정 결정체가 눈물에 매끄럽게 깎이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직접 눈물을 흘리진 않지만, 눈물을 사랑하고 한 방울의 눈물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사람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메마른 나조차 눈가가 촉촉해졌으니 임상시험도 성공한 노하우다. 

준비물은 챙이 있는 모자와 마스크 그리고 겨울이 필수다. 

이제 차가운 바람에 맞서 자연스럽게 걸으면 된다. 

겨울철 먼동이 틀 때까지 걷다 보면 어느새 눈가에 물이 맺힌다. 

원리는 간단하다. 

마스크는 하얀 입김을 위로 올려주고 한껏 가린 챙은 하늘로 사라지는 걸 막는다. 

그러면 오갈 때 없는 입김은 그대로 눈 주위에 이슬처럼 맺힌다. 

마치 흐르지 않는 눈물을 가볍게 머금은 느낌이다. 

더 촉촉한 대리 눈물을 원하면 거침없이 달리면 된다.




미국 캔자스 대학의 심리학자 타라 크라프트 교수팀은 웃음과 스트레스 회복에 관한 연구를 했다. 

무표정, 형식적으로 웃는 표정, 진심으로 웃는 표정에 각각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억지웃음조차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걸 밝혀냈다. 

간접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 덕분에 가능한 착각이다. 눈물도 마찬가지다. 글썽인다고 착각한 뇌는 후련한 감정을 자극한다. 

자연이 대신 울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생채기를 내는 감정 결정체를 가진 현대인에게 정화淨化의 눈물을 권하고 싶다. 

다음에 돌아올 겨울맞이는 자연이 주는 눈물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눈물


나는 그대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한낱 물방울도 떨어지면 튀어 오르건만


가슴이 끓어서 나온 눈물이라면 얼마나 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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