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가장 오래된 포도주 한 병을 사고
두루마리에 한 자 한 자 유소사(有所思)를 써서
이듬해 음력 칠월 초하루면 난산바위 앞에 서리라
이끼처럼 새겨진 그대의 자취를 따라 왔으니
마땅히 한번 크게 울어볼 만한 호곡장 삼아
나의 무릎을 꿇고 바위에 포도주를 뿌리리라
그대의 사백 년에 나의 칠십 년을 보태니
그대여, 나의 칠십 년 눈물을 흠향하고
나로 그대의 사백 년 눈물을 흠향하게 하라
들으라, 나는 목청껏 그대의 유소사를 읽으리
누군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적이 없었으리
그대는 그대의 설움을 울고 나는 내 설움을 울리라
뜻을 얻은 이보다 못 얻은 이가 더 많은 세상에서
꿈을 이룬 이보다 못 이룬 이가 더 많은 세상에서
이 하루의 눈물로 그대의 353일을 나도 마저 채우리라
음력 칠월 초하루->조선 인종의 기일 / 난산바위->인종의 기일을 애동하던 장소 / 353일->음력 1년
호곡(號哭)장->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언급되는 장소 / 유소사(有所思)->김인후가 인종을 애도하여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