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아빠 따라 애들을 등원시키면
방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난장판 모습
와르르 쏟아진 책들을 꽂기 시작한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작업, 끝이 안 뵈는
꽂을 일 없는 책들에 먼지가 쌓이기보다는
손때 묻어 누덕누덕한 책을 꽂는 것이 낫다
책을 읽는지 그림을 보는지 모를 풋 독서에
낭독에 빚진 죄인에게 양 손 가득 책을 내밀어도
출판사 별로, 더 어린 애를 위한 책끼리 1권부터 차례대로, 지은이가 같은 것끼리 모은다
제 자리를 잡는 책들에게 자리일랑 다 내어주고
어디에도 안 걸리는 애들만 쫓겨 다닌다
서운해 하지 마, 사실은 너희가 더 소중해
내 아이에게 꼭 읽히려고 골라서 모셔온 몸들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