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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Jul 14. 2024

인생이 지루하다는 잔소리를 하면 씹을 필요가 있었다

인생은 지루하겠지만, 생명은 늘 아름다울 뿐이기에. 

멀리 가봤자 

당신 옆이었고, 



도망가봤자

고향 땅 어느 동동주 집이었으며



의식을 잃어봤자 

아직은 이승이었다.




기억을 잃어봤자 

당신의 기억이었고, 




수만가지의 메뉴 중에서

손에 가는 유일한 음식은

당신을 추억하게 하는 

음식이었다









하늘은 

해를 보여 줄 

생각이 없어 보이고 




목적없이 내리는 비는

내 현재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았다





당신의 유일한 사람이고자

하는 건 욕심이었고, 




그리하여 

그들 중 하나로 존재하는 것은 

때로는 버거웠다





그러나 당신 없이 사는 것이

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나를 그대 곁에 머물게 하지만





얼마나 가까이 머무는 것과 별개로 

당신과 나의 거리는 이미

저 두 행성 간의 거리와 

다르지 않은 것만 같았다.






같은 진동이지만

당신의 문자는 

아주 미묘하게 더 중력과 내용이 있었고




6시간 마다 

울리는 

안전 관련 문자는 

알람 소리는 같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무게를 

고수했다.





그리하여 같은 문자 소리라도

손이 가지 않는 문자가 

있었으며, 





같은 알림이라도 

본능적으로 

당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모든 이들과의 첫만남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좋게 시작했지만

연루되는 사건들이

변수로 작용하게 되면



그렇게 온 마음으로 웃던

타인을 향한 

웃음은

한 순간에 닫히고 만다. 





외면하고 다른 길로 들어서면

언제나 

다시 웃어야 할 일이

다시 울어야 할 일이

다시 괴로워야 할 일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끝에는 

나의 죽음이 있겠지. 







충분히 살았지만

아쉬운 마음이고 




충분히 행복했기에 

또 행복하고 싶고




충분히 괴로웠기에 

백기를 들고 싶지만, 






지나가야 하는 생각의 일종으로 

치부하게 되면




그냥 

인생이 하는 잔소리 즈음으로 

인지된다. 




조용히 일어나

냉장고를 뒤지고 

뭔가를 해먹겠지. 




뭐, 그런 것이다. 





그러다보면 내일이 오고

그러다보면 

건강검진날짜가 다가오고

그러다보면 또 살아지고 






그리하여 알게되는 것은


삶은 영원하지만

'나'로 사는 인생은

너무 짧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너무 짧을 지도 몰라서. 

슬플 때도 있지만, 

현재가 내 존재의 전부이기에 




오늘 

온 마음을 다해 

비와 친해지는 중이다.






비와의 데이트. 




오랜만에 시원한 오후를 

사는 중이다.





조용한 집 안과는 달리 

창밖에는 거미들이

친구들을 데려와서 

빗 속에서 

파티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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