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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리맘 Sep 24. 2022

02. 더이상 설레이지 않았다.

내 것도 아니었고, 나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음을..


열정 만랩. 대충은 없다. 시작하면 일단 열심히 하는 것은 나에게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같지 않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그 중 한 두 개는 잘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적도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도전하게 될 때.. 이상하게도 엔돌핀이 나오면서 가슴이 설레인다. 생활에 변화가 없거나 정체됨이 느껴질 때 자격증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모임을 만들거나, 새로운 업무를 도전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취했을 때의 희열을 즐기는...

주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절대 이해할 수 없어하는 피곤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니 누락없이 승진도 하게 되었고 회사의 중요한 사업을 준비하는 TF조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동일한 업무를 했고 매너리즘에 빠질 조짐이 나타날 즈음이었기에 새로운 TF의 참여는 다시한번 나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행히 좋은 멤버들과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었고, 가슴 설레이며 만든 과제는 내외부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회사의 대표 서비스로 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 초기 멤버로 기획부터 제작, 운영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만들어 낸 서비스이기에, 누구보다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일을 하며 이렇게 집중하고 설레이며 출근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진취적인 팀 멤버들은 경영진보다 오히려 더 앞서서 해당 사업의 트렌드를 제시하며 미래의 방향을 제시 할 정도였다. 마치 내 사업인 것 마냥 힘들었지만 설레였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작년 말, 예상치 못한 회사의 변화에 그 동안 준비했던 여러가지 업무들이 일시 중단되었고 우리가 세웠던 방향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달려나가기 위해 출발선에 서 있던 우리들은 출발신호를 기다리다 지쳐 그 자리에 주저 않았으며, 우리가 달려나가야 할 잘 닦여져 있던 트랙에는 조금씩 먼지가 쌓여갔다.

이전처럼 설레이며 출근하지 않았고, 열정이 담긴 나의 서비스는 내 것이 아닌 회사의 것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직시했다. 마치 무엇가에 홀린 상태로 있다가 깨어난 기분이었다. 핑크빛 이었던 회사는 차디찬 회색이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회사의 부속품이고 언제든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가 없어질 수 있고, 나는 대체될 수 있다는 현실감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제 정말 나를 위한 트랙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정말 잘 달릴 수 있는 트랙이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아직 만나지 못한 나의 님을 찾아 헤매고 있는 풋풋한 미혼시절처럼 말이다.

때는 12월이었다. 내년은 정말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부터는 나를 위한 시간을 채워가기로 결심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다시 설레이는 예전의 나를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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