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사람 -찬다 삼촌

윤재인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by 곽영미
제목이 좀 독특하다. 뭘 찬다는 거지?


[표지와 면지를 만나보자]

제목을 보고 ‘공을 차다’ 동사가 먼저 떠올랐다. 눈치챘겠지만 찬다 삼촌은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이다. 처음 이 책이 나올 당시에는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 많지 않았다. 나온 책들도 비슷한 이야기에,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 너무 어둡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그려져서 이런 이야기에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noname30.jpg 표지(앞, 뒤)

그림책의 앞표지와 뒤표지를 살펴보자. 먼저 배경 꽃그림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색에 반전을 주어, 앞표지와 뒤표지가 대비를 이룬다. 밝음을 나타내는 노란색과 어둠을 나타내는 검은색. 두 상징적인 색의 대비를 통해서 밝음과 어둠을 공존하는 이 책의 이야기가 잘 드러나고 있다. 표지에 나온 등장인물들을 찾아보자. 찬다 삼촌처럼 보이는 어른과 아이가 손을 잡고 가는 모습, 앞표지에는 아이가 고양이들과 노는 모습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대충 짐작이 가는가? 이 책은 표지를 잘 기억해야 한다. 표지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에 그림책의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면지를 보자. 면지는 어두운 밤, 외곽지역 허름한 집에 불빛이 반짝이는 모습이 보인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을 암시하는 나무들과 주변이 깜깜한 동네를 통해 이 면지는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시간적 배경과 시골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잘 알려준다. 뒷면지는 앞과 달리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눈 내리는 모습이 더 포근해 보인다.

noname34.jpg 면지(앞, 뒤)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너도 알지?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 놓으면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다는 거.]

글과 함께 하얀빛이 나오는 보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이는 인형을 안고 있다.

첫 번째 장면을 통해, 그리고 면지에서 알려주는 공간적 배경까지 더하면 아이가 처한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주변에 다른 이웃이 없어 친구가 없이 혼자 지내는 아이로 짐작된다.


noname31.jpg 본문 전체 샷(shot)

두 번째 장면에서는 찬다 삼촌이 등장하고, 아이는 친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엄마도 없는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아이는 아빠 뒤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면서 찬다 삼촌을 궁금해 하지만 다가서지는 않는다. 세 번째 장면은 아빠와 함께 솥을 만드는 찬다 삼촌을 구경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과 달리 글에서는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묻는다.

[아빠, 찬다 삼촌 오늘 집에 가?]


이런 반어적인 표현은 아이가 삼촌과 친구가 되기까지 계속 등장한다.
그렇다면 아이는 왜 이런 질문을 계속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짐작한 것처럼 지금까지 아이의 집을 거쳐 간 외국인 노동자가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이는 매번 찬다 삼촌이 집에 가는지 묻고, 안 간다고 하면 야호! 소리를 내며 좋아하지만 찬다 삼촌이 마음에 든 건 아니라고 한다. 삼촌이 가버리면 또다시 상처를 받을 것을 알고 스스로 방어기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찬다 삼촌이 손으로 카레라이스로 밥을 먹는다. 아빠는 젓가락질을 배워야겠다고 하고, 아이는 밥 먹다가 놀라 눈이 커다래진다. 이 그림에서 찬다 삼촌의 옷을 잘 보길 바란다. 옷의 문양이 혹시? 그렇다. 바로 이 그림책의 표지이다. 사실 두 번째 장면에도 찬다 삼촌은 동일한 옷을 입었다. 이 그림책에서 찬다 삼촌의 옷 문양은 굉장히 자주 등장한다. 찬다 삼촌의 옷뿐만 아니라 아이가 동물과 친구가 되는 과정에도 계속 옷의 꽃무늬가 배경으로 그려진다. 왜 그런 것일까? 나는 그림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 꽃무늬를 써서 아이와 찬다 삼촌의 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이 꽃무늬는 아이가 찬다 삼촌을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은유이며, 동일시라고 생각된다.


noname32.jpg 본문 전체 샷(shot)


아이는 찬다 삼촌처럼 손가락으로 밥을 먹어보고 고양이에게도 ‘찬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찬다가 데려온 알록달록 고양이에게는 ‘알록달록 찬다’, 수염이 긴 고양이에게는 ‘콧수염 찬다’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이 글을 읽다 보면 누구나 아이가 찬다 삼촌과 놀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은지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아이의 반어법적 질문 [아빠, 찬다 삼촌 오늘 집에 가?]이나, 찬다 삼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물론 그 얘기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아이는 8살이 되지 않은 취학 전 아동이다. 취학 전 아동에게 가족이라고 여겼던 누군가가 계속 떠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해야 하는 삶이 반복된다면 어떻겠는가. 그런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 중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서슴없이 친구를 만들고 찾을 수 있겠는가.

나는 충분히 이 책 주인공이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 짓기에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심지어 다 큰 우리들도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서 상처를 입으면 자꾸만 숨어버리지 않는가.


다행히 아이는 고양이들과 먼저 친구 맺기를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찬다 삼촌과도 가까워진다. 엄마처럼 머리를 감겨주는 삼촌, 이제 셋이 되었다고 좋아하는 아이.
아이는 늦은 밤, 고모네에 가면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애착 인형을 삼촌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꼭, 꼭 텔레비전 크게 켜 놔!]

찬다 삼촌이 무서울까 봐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과 말투에 미소가 그려진다.


이 그림책은 전체 화면에 배경색을 모두 넣은 장면도 많지만 중간중간 여백의 미처럼 배경색을 빼고 인물들만 그린 장면들이 있다. 가끔 배경색이 모두 채워진 그림책을 보면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은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기 때문에 흐름에 있어서 강, 약의 조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강, 약의 흐름 조절은 글에서의 사건과 글밥 등으로 조절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배경색을 조절해서도 가능하다.


noname33.jpg 본문 전체-샷(Shot)

[매일매일…… 콧수염 찬다는 손가락으로 먹어. 찬다 삼촌이랑 나도 손가락으로 먹지. 아빠는? 그건 네가 더 잘 알잖아!]

마지막 장면의 글이다. 그림은 첫 장면과 연결된다. 어둠 속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이제 셋이 되어서 환한 방 안에서 가족처럼 웃고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마지막 뒷면지는 앞면지와 또 연결된다. 똑같은 공간적 배경에서 이제 시간이 흘러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다.


이 그림책의 최대 장점은 이야기와 그림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반복되어 이야기와 그림이 주제를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아이의 모습에 생명력을 불어주는 여러 장치들(반어법, 애착 인형, 아이의 뒷모습, 배경에 있는 가족 액자 등)과 이미지의 반복으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많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다룬 그림책과는 달리 상처 받은 아이를 엄마처럼 따듯하게 안아주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나는 둘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아이뿐만 아니라 찬다 삼촌에게도 친구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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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테라피]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찬다삼촌, 뽀르뚜가가 되어볼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책 속 주인공 제제의 절친이었던 뽀르뚜가 아저씨이지요.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 제제의 삶에서 뽀르뚜가 아저씨는 한 줄기 빛이었고, 또 다른 라임오렌지 나무였지요.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 한 바가지를 흘린 이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매 맞는 제제를 보며, 뽀르뚜가를 잃고 절망하는 제제를 보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읽은 뒤 나도 커서 누군가에게 '뽀르뚜가 아저씨'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에게 찬다 삼촌이나 뽀르뚜가 아저씨가 되고 싶은 적이 있나요?
그런 이가 누구인가요?
지금 그, 그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보세요.
연락을 해도 좋고, 놀아주거나 선물을 하거나 기도를 해도 좋겠지요.
아쉽게도 그런 이가 없다면, 영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영상을 보며 제제와 뽀르뚜가 아저씨를 다시 만나보면 어떨까요?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05783&mid=23543#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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