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일기
9.27
1
오늘 안경을 썼다.
안경이 눈앞에 있다.
코가 막히는 기분이다.
커피를 다 마셔버렸다.
분명히 서버에 2인분 점까지 닿게 내렸는데
2인분을 1인이 호로록 다 마셔버렸다.
모자라다.
다시.
눈과 사물 사이에 낀 안경이
존재감을 발산한다.
안경을 먼저 보고
앞의 사물을 봐야 하는 구조다.
안경잡이의 숙명인 건가.
안경이 코의 피지와 닿는다.
간지럽다.
안경을 벗어본다.
눈에 뵈는 게 없다.
안경닦이로 코받침의 내 기름을 닦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안경을 쓴다.
하도 만지작거리다가 부러뜨린
코받침은 수리 공장에 다녀왔고
지금은 찰싹 붙어있다.
코에 닿을 때마다 띡 띠그 소리를 내는데
그게 좀 이상하게 싫다.
고 생각하는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간
회사사람의 전화가 걸려온다.
알지만 모를 세상이다.
2
꺼삐딴리와 같은 계열일까.
나는 커피탄조.
커피 타는 조입니다.
9.30
빵
고소한 스콘이 입에 떠돌아서
밖을 나선다.
아침 여덟 시쯤.
보들보들 귀여운 보라 플랫슈즈를 신는다.
맨발에 닿는 밸뱃 감촉이 좋다.
빵냄새가 좋지만 분위기가 어두운 동네 빵집 하나.
오늘도 어둡다.
패스.
빵은 빠_리지. 바게트에서 살까 하고
창문 밖에서 쳐다보는데
빵이 글쎄. 별로 없다.
패스.
그렇다면
초록을 좋아하는 사장님의
동네에서 잘 나가는 초록빵집을 간다.
(빵집 이름이 초록빵집은 아니다.)
아 빵자리가 빈자리.
어쩔 수 없네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 떨어진
초록빵집 본점을 가기로 한다.
귀여운 보라 슈즈로는 갈 수 없다.
발바닥이 쑤신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그나마 밴드가 있어서 발 편한 플랫슈즈로 갈아 신는다.
오묘한 녹색이다. 초록빵집에 가기 알맞은 슈즈다.
초록 간판이 달린
초록빵집 앞에
초록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초록이 약간 느껴지는 면바지를 입은
사장님이 보인다.
나 혼자 저분의 얼굴을 알지만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근데 왠지 친숙하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 저분의 가게에서 일을 했던 것만 같다.
그래서 혼자 긴장한다. 어유 사장님 하면서 잘 보여야만 할 거 같다.
아무튼
초록빵집에서 크랜베리 스콘이랑 마카다미아곡물빵을 산다.
크랜베리 잼이 정말 먹고 싶은데 아쉽다. 여긴 안 판다.
빵집 창문으로 해가 반짝한다.
초록빵집과 안녕.
기분이 좋다.
내일도 쉰다.
10.1
마카다미아빵에 대한 엄마의 한 마디.
빵이거맛나ㅡ완전내스타일이야ㅡ다음에도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