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언젠가 에어해드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또 얼마 전,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웃으면서 맥이시네요라고도.
검색창에
a i r h e a d를 넣는다.
앗
멍청이
검색창에서
멍청이라고 알려준다.
아 그랬구나.
멍청이구나.
10.5
예전에 그림책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릴 때 조금이라도
자유롭지 않다면 그 순간
그림을 멈추세요.
네.
알겠습니다.
드로잉을 잘하고 싶어서 연구를 하다가 알아냈다.
드로잉을 할 때
펜을 똑바로 잡지 않습니다.
이게 나의 드로잉.
네.
그렇다고요.
10.7
1
오늘 나의 오래된 점들을 지우러 간다.
이 점들이 사실 점이라기보다는 점이 되어버린 여드름자국이다. 꽤 크다. 일렬로 좌르륵 세 개나 된다.
정이 들었나. 지운다고 하니까 서운하다.
그래서 아침에 인사했다.
점아. 안녕.
2
책표지 공모전에 떨어졌다.
이런 발표가 있는 날은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 불안증세로 고통받는다. 손가락 끝이 저리다.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출판사 홈페이지에 공모전 1차 발표가 올라온다.
내 이름이 없다.
공모전을 위한 그림을 준비할 땐 숙제를 미루는 학생이 되어버린다. 마감일만을 기다리며 그날이 되기 전까지 뭘 하지를 못한다. 게으름뱅이가 맞다 나는.
떨어진 나.
어딘가에 선택받지 못한 내 그림.
나보다 내 그림이 안쓰럽다.
괜찮아.
오구오구
오늘은 내 그림을 위로하고 싶다.
너 멋져.
라고
메모장에 적으면서 웃는다.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다시
내 거를 해야지. 재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