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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히히히 Oct 07. 2024

생각의 방향은 알 수 없다

생각일기

9.27


1

오늘 안경을 썼다.

안경이 눈앞에 있다.

코가 막히는 기분이다.


커피를 다 마셔버렸다.

분명히 서버에 2인분 점까지 닿게 내렸는데

2인분을 1인이 호로록 다 마셔버렸다.

모자라다.


다시.

눈과 사물 사이에 낀 안경이

존재감을 발산한다.


안경을 먼저 보고

앞의 사물을 봐야 하는 구조다.


안경잡이의 숙명인 건가.


안경이 코의 피지와 닿는다.

간지럽다.


안경을 벗어본다.

눈에 뵈는 게 없다.


안경닦이로 코받침의 내 기름을 닦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안경을 쓴다.


하도 만지작거리다가 부러뜨린

코받침은 수리 공장에 다녀왔고

지금은 찰싹 붙어있다.


코에 닿을 때마다 띡 띠그 소리를 내는데

그게 좀 이상하게 싫다.

고 생각하는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간

회사사람의 전화가 걸려온다.


알지만 모를 세상이다.



코에서 흘러내리는 안경




2

꺼삐딴리와 같은 계열일까.

나는 커피탄조.


커피 타는 조입니다.




슈퍼마켓에서 바나나를 샀습니다.


9.30





고소한 스콘이 입에 떠돌아서

밖을 나선다.


아침 여덟 시쯤.


보들보들 귀여운 보라 플랫슈즈를 신는다.

맨발에 닿는 밸뱃 감촉이 좋다.



빵냄새가 좋지만 분위기가 어두운 동네 빵집 하나.

오늘도 어둡다.

패스.


빵은 빠_리지. 바게트에서 살까 하고

창문 밖에서 쳐다보는데

빵이 글쎄. 별로 없다.

패스.


그렇다면

초록을 좋아하는 사장님의

동네에서 잘 나가는 초록빵집을 간다.

(빵집 이름이 초록빵집은 아니다.)

아 빵자리가 빈자리.


어쩔 수 없네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 떨어진

초록빵집 본점을 가기로 한다.



귀여운 보라 슈즈로는 갈 수 없다.

발바닥이 쑤신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그나마 밴드가 있어서 발 편한 플랫슈즈로 갈아 신는다.

오묘한 녹색이다. 초록빵집에 가기 알맞은 슈즈다.



초록 간판이 달린

초록빵집 앞에

초록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초록이 약간 느껴지는 면바지를 입은

사장님이 보인다.


나 혼자 저분의 얼굴을 알지만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근데 왠지 친숙하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 저분의 가게에서 일을 했던 것만 같다.

그래서 혼자 긴장한다. 어유 사장님 하면서 잘 보여야만 할 거 같다.



아무튼

초록빵집에서 크랜베리 스콘이랑 마카다미아곡물빵을 산다.

크랜베리 잼이 정말 먹고 싶은데 아쉽다. 여긴 안 판다.



빵집 창문으로 해가 반짝한다.

초록빵집과 안녕.


기분이 좋다.

내일도 쉰다.




사장님 옷이랑 의자랑 간판 다 초록



10.1


마카다미아빵에 대한 엄마의 한 마디.


빵이거맛나ㅡ완전내스타일이야ㅡ다음에도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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