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아 또 떠올려버렸다.
내가 깨트린 소중한 커피잔.
이 상실감을 어쩌지.
고베에서 샀다.
nikko company의 투명한 빛이 감도는
빈티지 커피잔과 소서.
정말 한심하게 깨져버렸다.
가장 아끼는 잔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들고 갔을까.
어떻게냐면
한 컵 위에 소서를 올리고 그 위에 가장 소중한 잔을
올린 상태였다. 덜거덕 더러러 하면서
소서가 흔들렸고 커피잔도 별 수 있나
파르르르 떨더니
바닥으로 나뒹굴며 모든 것이 다 부서져버렸다.
나의 상실감을 어찌하란 말이냐.
아 채워지지 않는다.
어찌어찌 잊어보자.
내일 또 생각이 나겠지.
10.16
외국산 소금버터쿠키가 맛나다.
몰래몰래 세 조각 다 먹고 싶지만
에이 그러지 말자.
휴지에 한 조각씩 싸서
전해본다. 옆 자리 워리어들에게.
깨끗한 거예요.
주면서도 눈치 보는 종류의 인간이 나다.
아무렴 어떠하랴.
맛 좋다.
또 사 먹어야지.
10.17
내 아이폰이 잠들어 있다.
어제 너무 많이 먹은 탓이다.
일어나. 이제.
아무리 등짝을 때리고
귓불을 잡아당겨도
이 일렉트로닉 멍청이는 대답이 없다.
사람들의 콜록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10.22
아무도 저를 이길 수 없어요
왜냐고요
전 경쟁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