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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tharina Kwon Sep 14. 2021

한국어 낯설게 보기-3

독일 유학 생활 에세이

 한국의 호칭 문화도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다. 독일어 존칭에는 Sie(당신)가 있으며, 성 앞에 Herr/Frau(영어로 Mr./Ms.)를 붙여서 부르거나 정중한 표현으로써 상대방을 Sie라고 지칭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신’이라고 직접적으로 칭하지 않는데다가, 또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꽤 여러가지를 고려해야만 한다. 이름 뒤에 ‘씨’를 붙여서 상대를 부르는 것이 기본적인 존칭이지만, 웃어른의 경우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인 친구에게 이런 호칭 예절들에 대해 설명해 주다가 서로 크게 웃음이 터졌던 적이 있다.  


 내가 "독일에서는 성을 부르는게 정중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아무리 뒤에 '씨'를 붙이더라도 김씨, 권씨, 이씨 이렇게 성만 부르면 안 돼. 풀네임(성+이름)이나 이름 뒤에 '씨'를 붙이고, 웃어른은 또 그렇게 부르면 안돼."라고 했더니 친구가 상당히 흥미로워 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그럼 예를 들어 우리보다 훨씬 연장자인 Frau 김이라는 사람이 있잖아.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불러?"라고 물었다. 나는 '부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르지 않아. 보통 부를 일이 없어."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표정)......?" 


 순간 둘 다 빵 터졌다. 친구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롤 플레잉을 시도해보자 했다. 


 "만약에 Frau김이 지금 나처럼 뒤를 돌아 서있어. 그런데 그분은 너를 못 봤고, 니가 꼭 그분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야. 그때 뭐라고 불러?" 


 나는 짧게 고민한 뒤, 정 불러야 한다면 그분의 직함을 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부르지 않는다’고 대답했던 것은 물론 나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래 한국의 호칭 예절이 나이/관계/장소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또 복잡하기 때문에, 관계가 애매하면 부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내가 일방적으로 정립한 관계에 따라 상대방을 부르면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내 개인적으로 호칭을 정리할 타이밍을 놓쳐서 내가 부르지 않았던(!) 사람이 꽤 있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없는 누군가를 불러야 할 때 매우 어색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방의 지위 또는 직함이 분명하면 오히려 마음의 안정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지위나 직함이 바뀌면 호칭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호칭은 한 개인에게 사회 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지속적인 책임(또는 권위)을 부여하는데 기여한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가족 등과 같이 ‘우리’라는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만큼, 한국 사회에는 ‘나/개인’ 이전에 ‘우리/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깊숙이 박혀 있다. 그래서인지 특정 공동체에 소속되어 지속적인 책무를 떠맡는 한국의 소시민들은 간혹 나이 ∙ 직급 등에 상관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평등한 관계를 꿈꿀 때가 있다. 또는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어느 팀의 대리’라던가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꼭 한 번쯤은 '나'를 찾고 싶어하는 때가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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