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지난 2주 동안 열네 번이나 "왜 결혼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왜 아르바이트를 해?"라는 질문은 열두 번 받았다.
"인생 종 친 거지. 그 녀석은 안 돼. 사회의 짐이야. 인간은 말야, 일이나 가정을 통해 사회에 소속하는 게 의무야"
"밖에 나가면 내 인생은 또 강간당합니다..... 내 불알조차 무리의 소유예요. 당신 자궁도 무리의 소유예요."
매뉴얼은 벌써 오래전에 있었다....'보통 사람'의 정형은 조몬(석기) 시대부터 변하지 않고 계속 존재해왔다고 나는 나는 생각했다.
"이것 봐요.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예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언제나 간섭하죠...... 사는 방식의 다양이니 뭐니 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지껄이고 있지만, 결국 조몬시대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요. 살기가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을 규탄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요."
"인생 종 친 거지. 그 녀석은 안 돼. 사회의 짐이야. 인간은 말야, 일이나 가정을 통해 사회에 소속하는 게 의무야"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예요."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다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단지 소수파라는 이유만으로 다들 내 인생을 간단히 강간해버려요.
사회에 나가지 않으면 취직해라, 취직하면 돈을 더 많이 벌어라, 돈을 벌면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아라. 줄곧 세상 사람들한테 재판을 받습니다.
무리에 도움되지 않는 인간은 삭제되어 갑니다. 사냥하지 않는 남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 현대사회니 개인주의니 하면서 무리에 소속되려 하지 않는 인간은 간섭 받고 강요당하고, 최종적으로는 무리에서 추방당해요."
" 이 세상은 현대사회의 조몬(석기)시대예요."
다양한 사람이 같은 제복을 입고 '점원'이라는 균일한 생물로 다시 만들어져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끝나자 모두 제복을 벗고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꼭 다른 생물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써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전혀 모르는 채였다.... 내 몸 대부분이 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잡화 선반이나 커피머신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컨디션을 관리하여 가게에 출근할 때 건강한 몸으로 가는 것도 시급에 포함된다고 두 번째 점장한테 배웠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내 몸을 움직이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내 몸은 편의점의 것이었다.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잠을 자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영양분을 섭취한다. 그것도 내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는 그게 몹시 흥미로워서 그렇게 깔보는 사람이 얼굴 보는 걸 비교적 좋아한다. 아, 저게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자기가 하는 일인데도 그 직업을 차별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차별하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한 부류는 차별에 대한 충동이나 욕망을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또 한 부류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차별 용어를 연발할 뿐이다.
육체노동자는 몸이 망가지면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무리 성실해도, 분발하여 열심히 노력해도, 몸이 나이를 먹으면 나도 이 편의점에서 쓸모없는 부품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은 '쓸 만한' 도구다. 안도와 불안, 양쪽을 내장에 품고....
18년 동안 그만두는 사람을 몇 번이나 보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빈틈은 메워져버린다. 내가 없어진 자리도 눈 깜짝할 사이에 충원되고, 편의점은 내일부터 전과 똑같이 굴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