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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분 Aug 09. 2021

오물오물이 우물우물이 되기까지의 타임라인

식빵 두 장과 우유 한 컵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선 시각, 슬슬 배가 고파온다.

내 손보다 조금 큰 프라이팬을 꺼내 가스렌지에 올린다.

탁탁탁, 탁, 화르륵- 중간불에 맞춰두고 버터를 꺼낸다.

반 스푼 푸욱 떠서 열이 오른 프라이팬 위로 투하하자, 치이익 하는 소리가 맛있게 퍼진다.

식빵을 한 장 꺼내 설레는 마음을 담아 한 번 더 프라이팬 위로 투하.

약불로 줄이고 섬세하게 굽기를 조절하고 있는데 바지 끄트머리를 잡아당기는 손이 보인다.



잠깐만, 엄마 식빵 두 장만 구울게. 조금만 기다려줘.



나긋하게 일러보지만 바지는 곧 밑으로 흘러내리기 직전까지 왔다.

식빵을 뒤집으려던 손이 방향을 틀어 아이를 들어올린다.

한 팔로 엉덩이를 받치고, 남은 한 손으로 타기 직전의 식빵을 구해낸다.

뒷면은 살짝 열기만 씌우고 접시로 옮겨 담는다.



한 장을 더 구워야하는데, 팔에 안긴 아이는 내려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버터를 떠서 프라이팬에 올리려면 두 손이 필요하다.



잠깐만, 엄마 이것만 올려놓고 안아줄게.



다급하게 이르며 두 손을 바삐 놀린다.

그 사이에 우엥, 서러운 울음이 터진다.

잽싸게 식빵까지 올려놓고 다시 아이를 안아올린다.

노릇노릇해지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뒤집었다가 열을 세고 접시로 마저 옮겨 담는다.

우유 한 컵을 따라 식탁에 함께 올린다.



아이를 식탁 의자에 앉히고 고구마를 내어주자 맛있게도 먹는다.

구워낸 식빵 두 장을 살펴보자니 한 장은 탄 듯 아닌 듯 거뭇거뭇, 한 장은 버터가 얼룩처럼 스며들어 있다.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고개를 끄덕이곤 기분좋게 한 입 베어문다.

바삭-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그 얇은 두께에서도 바삭함과 촉촉함이 공존할 수 있음을 신기해하며 오물오물 찬찬히 씹어본다.

우유까지 한 모금 들이키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아침식사를 대접받은 양 만족스럽다.



고구마를 순식간에 해치우는 걸 보니, 아이도 퍽 신이 난 모양이다.

기특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식빵 한 장의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는다.

고개를 돌려 다시 아이를 보니 제 몫의 고구마가 금세 동이 났다.



아뿔싸,

남은 식빵 한 장은 어쩌지?



순식간에 식탁 위의 공기가 바뀌며 입안으로 들어가는 식빵의 크기도 커진다.

야금야금 조금씩 베어먹던 것이 우적우적에 가까운 모양새가 되어간다.

크게 베어 문 식빵에 이어 우유도 최대한으로 들이붓는다.



아이가 의자에서 빼내달라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이내 울음이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이르렀다.

입안 가득 식빵과 우유를 머금은 채 우물우물거리며 아이를 달래본다.



즘끈만, 음마 그의 드 므긋으!



씹는 둥 마는 둥 입안의 것을 삼키고 서둘러 접시와 컵을 싱크대로 밀어넣은 뒤 아이를 들어올린다.



조금 늦은 아침의 식사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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