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의 자유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펜타곤에서의 군대 생활과 같은 업무 방식이 답답하였다. 그런 답답함을 풀어주는 유일한 것이 쿠웨이트 친구를 만나거나 오늘처럼 뉴욕에서 함께 일했었던 HR을 만나는 것이었다. 나는 HR을 데리고 펜타곤 인근에 위치한 한국식당 ‘우래옥'으로 갔다. 가장 가깝고도 맛도 훌륭한 식당이었다. 단점이라면 가격이 좀 센 식당이었지만 혼자 살면서 여가 시간이 없었던 내게 차곡차곡 쌓여온 급여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더욱이 워싱턴 정가 사람들도 자주 애용하는 곳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최적의 장소였다.
대한민국 사람도 마찬 가지겠지만 외국인이라면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메뉴인 양념갈비로 시작하여 그동안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들을 잔뜩 주문하였다. 음식을 기다리며 와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려다 HR의 왼손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HR에게 “What the hell is that?”이라고 물었다. 여자 친구가 있는 것은 알았으나 직업상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결혼은 생각 안 하고 있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약지(ring finger)에 반지를 끼었다는 것은 결혼을 했다는 것이기에 놀라움과 함께 만약 결혼식을 했다면 참석 여부를 떠나 연락이 없었다는 것에 배신감마저도 드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하면서 약속의 징표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여자가 받아들이면 약혼이 성립된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링 반지를 교환하고 그 반지를 계속 끼우고 있음으로 여자나 남자나 ‘난 기혼자입니다'를 표시하기 때문이었다.
HR은 식당에 오자마자 맨 처음 설명하려고 하였으나 내가 음식 주문에 너무 몰두하고 있어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결혼은 안 하더라도 아기는 키울 생각이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대로만 할 수 없어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아직 결혼식은 안 했지만 미리 반지를 끼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결혼과 새 생명을 축하해 주었고 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해 주었다. 결혼식 일정이 잡히면 반드시 알려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나에게 본인의 best man이 되어 달라고 하였다. 신랑의 들러리로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둘은 엄청난 음식과 술로 식당이 끝날 때까지 먹고 마셨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았던 정신적 무장해제였다.
다음날 정말 힘든 출근길이었다.
무장해제의 여파는 결국 조퇴를 하기에 이르렀고 음료를 마시기 위해 들렸던 카페테리아 입구에서 ‘Stars and Stripes’를 하나 집어 들었다. 국방부에서 발간하는 일간지로 전 세계에 보급되는 국방일보 같은 것이었다. 머리기사를 본 순간 나는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였다. 머리기사의 제목은 ‘맥도널드 모스크바 오픈'이었다.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들 중 하나인 맥도널드가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에 문을 연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사건이었다. 마치 평양에 대한민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이 문을 열은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미국인들은 아마 문화적으로 소련을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우리가 이겼다'가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 여러 과목에서 케이스가 언급되었던 맥도널드였다. 그만큼 미국식 합리주의의 대명사와도 같은 햄버거 식당이 소련의 심장부에 그 노란색 간판을 세운 것이다. 실로 놀라운 사건이었지만 두나라의 이런 분위기가 향 후 미국의 군사 전략계획을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가 궁금하였다. 보수주의 행정부가 대적할 대상이 쇠퇴해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으로 최대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성을 어디에서 찾을지 또한 궁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