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회사(?)에서 나에게 부여한 GS13은 상당히 높은 직급이었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급여와 혜택이 제공되었다. 당근을 줌으로 업무에 대한 비밀유지 및 책임이라는 채찍은 반감없이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나와 우리 멤버들은 아무런 이의 없이 순응했다.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 특성상 통신 기술 교육이 필요하였다. 특수한 임무와 특수한 상황에서 교신을 위한 기술 교육인 것이다. 기술 교육은 단순히 조작방법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최신 통신장비를 지급하면서, 우리 업무의 정당성을 주입함과 동시에 업무에 관한 의문이나 실행에 따르는 어떠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 처럼 그 장난감이 어떻게 사용되지 보다는 그것을 갖고 노는 것을 더 흥미로워 하는 애 어른이 되었다. 최신 통신 장비를 받은 우리는 무엇이 된 것처럼 우리 스스로에게 특별함을 선사하였다.
HR은 우리에게 당시 군대에서(1980년대 후반) 사용하고 있는 통신 기기들을 사진으로 보여 주면서 통신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였다. 미군에서는 이미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 방식의 여러가지의 통신 기기들을 사용 중이었고 그것은 전 세계 어디서든 상호간 통신이 가능 하다는 의미였다. 다만, 그 당시의 기술이 해결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 날씨에 따른 끊김과 약간의 지연 현상 이었다..
HR이 우리에게 준 것은 모토롤라 상표가 찍혀있는 페이저(일명 : 삐삐)였다.
당시 삐삐의 크기는 요즘 일반 스마트폰의 삼분의 일 정도의 크기였었는데 우리에게 지급된 것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8cm와 5cm 정도의 조금은 큰 사이즈였다. 두께 또한 일반 페이저 보다는 조금 두꺼웠지만 기계 겉면에는 표시창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HR의 설명에 따라 기계를 잡고 표면을 위로 밀어 올렸다. 약간의 걸림 같은 것이 해제되는가 싶더니 겉면이 슬라이드처럼 위로 올라갔다. 올라간 겉면 밑으로는 숫자와 알파벳 버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우리가 지급 받은 것은 글자와 숫자(alphanumeric)의 송수신이 가능한 즉,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페이저였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통신위성을 통해 80글자 내의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1988년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 기계였다. 감히 실존 하리라 상상도 못하는 그저 영화 스타트렉에서나 나올법한 영화 소품으로나 생각되었을 물건이 내 손안에 있었던 것이다. 이걸 사용할 수 있다니 어깨는 으쓱해지고 빨리 무엇인가 하고 싶어졌고 열심히 하겠다라는 묘한 충성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용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이유는 기능은 양방향 이지만 통신 대상이 일대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저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진동이나 표시창이 밝아지면 내게 주어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의 채팅앱처럼 메시지를 받은 후 일정 시간 내에는 상호 문자로 소통이 가능하였다. 다만, 일반 대중들이 있는 곳에서는 가능한 사용을 자제하여야 했었고 필요 시 화장실이나 사람이 드문 곳에서 사용할 것을 주지시켰다. 이유는 일반 사람이나 사람들 앞에서 보이고 사용한다는 것은 표적의 대상이나 의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기능을 가진 기계였기 때문이다.
HR은 군인에게 주어진 개인 화기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페이저 또한 우리에게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정보 전쟁의 최전선에 투입되는 외국인 용병이 소지하는 개인 무기였던 것을 그때는 몰랐다.
두번째 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내부 구조나 성능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기능적인 부분은 현재 외장하드 같은 것으로 크기는 닌텐도의 게임팩 정도였다. 그 기기의 용도는 정기 점검을 위해 방문한 국가의 슈퍼컴퓨터에 연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고 페이저로 전달된 8자리 암호를 입력하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6개월 후 나 자신이 Handler가 되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치가 연결되기 이전 점검 후부터 그 슈퍼컴퓨터의 연산 내용이 기록되는 장치였다.
플로피 디스크가 컴퓨터 데이터를 저장하는 도구로 사용될 당시 어마어마한 양의 연산 데이터를 조그마한 플라스틱에 저장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봐도 상당한 기술이었다. 기술의 집약적인 발달로 당시 Cray-2와 지금의 아이폰만 비교 하더라도 우스운 결과가 나오지만 그만큼 IT분야의 기술 개발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어 왔는지 증명하는 셈이다.
그 당시 슈퍼컴퓨터의 사용처는 국가마다 달랐지만 해당 국가의 국립기상대와 중앙은행 또는 국립 연구소가 주 사용처였다. 추후에는 일반 은행이나 대기업으로 확대 되었다. Cray를 구입한 국가들의 슈퍼컴퓨터 사용 내역을 모두 갖게된 미국은은 과연 그 수집된 데이터들을 어디에 사용했을까?
2020년 지금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와 유사하게 전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 관리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금 기준 데이터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해당 국가의 데이터 자산을 미국으로 은밀히 뻬돌렸다.
미국인이 아닌 우리들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