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면 물속에서 천하무적이 될 줄 알았지
수영 수업이 3주 차에 접어들었고 지난 시간에는 마침내 킥판을 뗐다. 수영장에 온 첫날부터 함께한 애착 인형 같은 킥판과 생이별이라니, 감정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강사는 내게 출발하라며 손짓을 했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물속에 몸을 던졌다. 뜨는 듯 가라앉는 듯 맨몸으로 처음 자유형을 했다. 그동안 내가 방법을 몰라서 그랬지 노하우만 알면 내 몸이 이론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깨에는 자꾸만 힘이 들어갔고 허벅지 대신 종아리로 물장구를 쳤으며 시선은 바닥이 아니라 자꾸만 앞을 향했다. 무엇보다 최악은 숨쉬기였다. 앉아서 타이핑을 하고 있는 지금 숨을 참아보니 어렵지 않게 20초를 훌쩍 넘길 수 있다. 20 초라니...! 그런데 물... 물에만 들어가면 수영보단 숨을 쉬어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발동작이며 스트로크는 엉망이 되고 호흡이 가빠져 두어 번 호흡을 하면 제자리에서 일어서기 일쑤였다. 초반에 강사에게 몇 차례 칭찬을 받은 것으로 나는 사실 수영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의심했지만 몇 번 수업을 더 받아본 결과, 지금은 딱히 재능 없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물속에서 뽀글뽀글 숨을 내뱉을 생각을 하면 긴장이 된다. 영락없는 물쫄보의 모습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준비를 마치고 앞 시간의 학생들이 자유형 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광경이 정말 굉장했다. 한 학생이 수영을 가장한 허우적거림을 온몸으로 시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 다리는 갈 곳을 찾지 못했고 숨을 쉬려고 올라오는 순간 고꾸라져 고개는 다시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대체 숨은 언제 쉬는 걸까..' 오만상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학생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 숨을 못 쉬었으니까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순간 그 모습이 우스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지만 흡, 하고 나는 얼른 진지한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자유형에서 내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접영 하는 모습을 호기심에 촬영해본 친구는 동영상을 보고 본인이 상상했던 접영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이 광경을 보자 나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고 앞으로 내가 수영하는 동영상을 찍지도 보지도 않을 거란 굳은 결심을 했다. 그리고 다른 이의 수영을 보며 웃지 않기로. 특히나 초급반에선 더더욱.
내게 수영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매시간 물을 먹고 오늘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할 때면 조금 시무룩해진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수영은 튜브 타기와 같은 놀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하면 힘든 것처럼 수영도 마찬가지다. 지상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숨을 굳이 물속에 들어가 불편하게 쉬고 내뱉으며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니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는 수영을 배우면 아가미로 호흡하는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천하무적이 될 거란 상상을 했던 것 같다. 당연히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얼마 못가 나는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며 수영을 그만두었다. 이렇게 힘들 바에는 차라리 튜브를 타겠어, 라며. 하지만 수영은 운동이고 운동은 원래 힘든 거란 사실을 받아들이자 어렸을 때만큼 이제는 수영이 싫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물속에서 불편하게 숨 쉬기가 수영인의 일이라면 말이다.
나중에 수영을 잘하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튜브 위에 몸을 동동 띄우거나 부기 보드를 타고 물살을 가르는 행위를 가장 좋아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프리다이빙이나 서핑을 배워 이쪽에 푹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한나절을 보낸다면 대부분 튜브를 타더라도 중간에 스노클링도 하고 간간이 수영도 하면 더 재미있을 테다. 좋아하는 것을 이렇게도 돌려보고 저 멀리까지도 던져보며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더 익히는 건 어쨌든 하나의 세계가 조금 더 크게 확장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내가 물을 좋아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물을 잘 즐기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배영 강습이 시작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