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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Mar 23. 2022

공짜?! 할인!? 어머, 이건 사야 돼

놓치지 않을 거예요

20대 친구들보다 더 가난하게 시작했고 ‘스웨덴 워홀 대모’라는 별칭을 얻게 된 스웨덴 워킹홀리데이 생활.


일을 할 만큼 하다가 서른을 넘기고 갔음에도 새롭게 시작하고자 고의로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서 떠났었다. 그래서인지 정착 초기에는 '무료'인 것들이 있으면 마냥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gratis(그러-티스, free)라는 단어는 정착 초기에 진작 습득한 스웨덴어 중 하나였다. 발음이 쉬워 입에도 잘 붙었고 눈에도 귀에도 쏙쏙 들어왔다.


국 돈을 끌어다 써야 하는 학생이나 수입이 없는(또는 적은) 이들은 스웨덴 환율 등락과 무서운 물가에 물욕이 수그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급작스레 추워진 날씨나 비가 수시로 오락가락한 날씨가 반복되면 어쩔 수 없이 대비용품 구매에 지출을 막을 수 없다.


그나마 예쁜 그릇을 보거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라도 볼 때는 '다음에 사야지, 언젠간 세일하겠지' 하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각종 할인에 관한 단어는 미리미리 알아두었다. 특히 부활절이나 성탄절을 앞두고 여기저기 앞다투어 세일을 하기에 단어 익히기에  좋은 환경이다.


 - REA (레아, sale)는 realisation[레알리사숀]의 줄임말로 낮춘 가격에 판매하는 것, 즉 할인을 의미한다. 그러나 눈에 익는 그 영어 단어, 리얼라이제이션!! 현실화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레알!!
- RABATT (라밭, discount)은 불가산 명사이나 할인 종류나 건을 지칭하거나 동음이의어로 '화단'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 복수 형태 사용
- HALVA PRISET (할바 프리셋, half price)은 50% rabbat의 다른 이름
- SPARA(스파라, save)는 보통, 얼마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광고에서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KANONPRIS(카논프리스, great price), 정착 거주자라면 혜택 받을 법한 KORTPRIS(코-트프리스, card price)와  MEDLEMSPRIS(미에들렘ㅅ프리스, membership price)이 있다.


날이 점점 차가워지는 11월, 내가 스웨덴어 독학을 시작한 지 딱 2개월째의 일이다.


그날도 스웨덴어 연습을 위해 적십자로 향했다. 같이 사는 식구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일주일에 딱 한 번, 다른 사람을 만나는 유일한 사람 창구였다.


언제나 그렇듯 할머니 선생님들은 ‘안녕, 안녕 방가요~’(hej hej hejsan, 헤이 헤이 헤이산)하면서 귀엽고도 따뜻한 포옹(kram, 크-엄)으로 맞아주셨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나의 연습 상대인 아랍 친구가 스티나 할머니와 얘기 중이었다. 이 친구는 스웨덴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아기 엄마였는데 나와 스웨덴어 수준이 비슷했다. (영어교육을 못 받은 경우가 많아 학습에 어려움이 많은 데다 난민을 위한 아랍어 서비스들이 늘고 있어 스웨덴어를 배워야겠다는 의욕도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적십자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나마 열의를 갖고 퍼스널 넘버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찾아온다. 적십자는 구호기구이니 그들의 요청에 언제나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는 현관에 외투를 벗어 정리하며 그 친구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수다에 끼어들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린 거다. 그 친구나 나나 왕초보 단계라 문장이라기보다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나열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쉬웠다. 그러던 중 반가운 단어가 들렸다.


그라티스 블라블라~~


앗, 공짜다!!!


공짜 정보는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무료 서비스나 정부혜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기에 나의 생존본능은 다급하게 입을 열어 외쳤다.


뭐가 공짜예요? (Vilken är gratis?, 뷜껜 애ㄹ 그라티스)


순간 찰나의 정적이 지나고 스티나 할머니는 물론, 주변에 있던 다른 할머니들까지 다 같이 빵 터져 깔깔대셨다. 영문을 모르는 나 혼자만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곤 그곳에 있던 할머니들이 사랑 가득한 미소로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며 설명에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Gratis by Mimmi

내가 알고 있는 공짜(gratis, 그-티스)는 t가 하나, 방금 들은 단어는 t가 두 개인 축하(grattis, 그랏티스)의 의미였다.


그랬다. 그 둘은 공짜에 대한 정보를 나누던 게 아니라 난민 친구의 비자 처리가 한 단계 넘어가는 걸 축하하던 중이었다.


그래도 아무튼!!! 축하해주는 건 공짜잖아요~ 그렇죠? (Men... Grattis är gratis, eller hur?, 맨 그랏티스 애ㄹ 그러-티스 엘러 후)


나는 멋쩍어져서 서툰 스웨덴어 쥐어짜며 70 넘으신 할머니들 앞에서 어리광을 부렸다.



공짜는 놓치지 않을 거예요.
.



지난 스웨덴 워킹홀리데이 중에 발견했거나 궁금했던 스웨덴 생활과 문화에 대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글 내용과 관련한 스웨덴어는 별도의 블로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공짜, 할인 에피소드에 관한 스웨덴어 공부(feat. 현지 사진)


 본 매거진 내 글과 그림, 사진의 무단 도용 금지

이모야가 글 쓰고, 밈미가 그림 그리고 올라가 검토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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