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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죽음으로 완성하는 완벽한 하모니 '다크 소울'

[세상을 움직인 게임] 프롬소프트웨어 다크 소울 시리즈

게임 내 죽음이라는 건 가장 원초적인 극복 과제다. 피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최소한의 장벽을 뜻한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죽음을 통해 성공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게임이 있다. 더 많은 유저들을 죽음으로 몰아 성공한 게임 시리즈 '다크 소울'(Dark Souls)이다.

다크 소울의 특징이자 게임 내 중요 이슈인 모닥불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1986년 11월 1일 설립된 개발사 프롬소프트웨어(FROM SOFTWARE)는 초기 농업용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 관리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90년대부터 게임 개발로 진로를 변경했고 1994년 자사의 첫 게임 '킹스 필드'를 출시한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의 로봇 전투 게임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선보이며 급부상했고, 오토기 시리즈와 닌자 블레이드 등의 게임 등으로 다양한 플랫폼 및 장르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프롬 소프트웨어사를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시킨 게임은 따로 있다. 바로 데몬즈 소울, 다크 소울로 대변되는 소울 시리즈다. 2009년 데몬즈 소울의 출시는 일본 내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어두운 설정과 다소 어색한 조작성, 과하다 싶을 정도의 난이도와 낮은 편의성 등이 문제가 돼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게임 내엔 이런 적들인 즐비하다.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이런 자국 내 반응과 다르게 서양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다크 판타지 특유의 컬트적인 매력에 빠진 미국, 유럽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번졌고 당시 유튜브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스트리머들의 영향력까지 더해져 큰 화제가 됐다. 동양권에서 불편하다고 지적된 내용이 오히려 서양권에서는 재미를 주는 요소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탄력 받은 프롬 소프트웨어는 데몬즈 소울 시리즈를 계승한 멀티 플랫폼 게임 다크 소울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 확립된 첫 번째 게임은 2011년 9월 22일 출시됐다. 다크 소울 1편은 거대한 보스들과의 전투, 묵직하면서도 절제된 액션, 진행과 상관없이 모든 NPC를 살해할 수 있는 자유도, 그리고 불친절하지만 파고들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 죽음을 소재로 한 멀티 플레이 모드, 독특한 맵 구조 등을 내세웠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면 몇 분도 못 버티고 사망하게 된다.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죽음에 대한 개발사의 해석이다. 게임 내 죽음은 필연적으로 벌어지며 어떤 상황에서도 예측하기 힘든 형태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유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무수히 많은 존재부터 자신의 지역에 온 이름 모를 유저까지 모두 죽음으로 내몰아야 한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유저나 모든 적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유저는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죽음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간다. 함정에 빠져 사망하고 절벽에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적의 기습에 목숨을 잃게 되면서 유저는 게임 내 있는 죽음이라는 규칙에 적응하고 게임 내 마련된 무수한 단서들을 찾아 헤매게 된다. 죽음을 통해 쌓인 학습 효과가 불친절한 세상 속에서 살아나갈 원동력이 된다는 것. 그래서 소울 시리즈의 죽음은 경험치이자 뛰어난 생존 교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적과 무수히 싸우다 보면 어느 새 승리한다. 유저는 죽음으로 배운다.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또한 유저를 철저한 약자로 취급하는 환경도 이색적이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은 정말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존재다. 게임 내 대 부분의 적은 주인공의 캐릭터보다 강하고 더 크다. 초반 약한 구울 같은 존재(방심하면 이 존재한테도 죽음을 당한다)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존재와 싸움은 곧바로 죽음과 직결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좁은 곳을 가는 주인공을 향해 화살을 쏘는 적이나 주인공을 밀거나 차 버리는 절벽 전용 적 등 그야말로 악랄한 수준의 적들이 게임 내 가득하다.


더욱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편의 요소들이 게임 전반적으로 매우 중요시되던 시대에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의 불친절한 게임성도 이색적이다. 게임 내에는 능력치와 장비 정도를 제외하면 그 어떠한 정보도 없다. 문서나 게임 내 탐험 중 발견하는 자료 정도를 빼면 특별히 세계관, 이야기 구성에 대해서도 전해주지 않는다. 과한 친절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불쾌할 정도의 불친절함을 자랑한다.

불친절함 속에 있는 묘한 균형감은 게임을 떠날 수 없게 만든다.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재미있는 점은 이런 요소들 사이에서 빛나는 묘한 균형감이다. 다크 소울을 시작하면 초반부터 어이없는 공격이나 함정에 짜증을 느끼지만 이게 게임이 말도 안 되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피하거나 살아남았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단순하게 무작정 어려운 게임이 아니라 어색하게 어려워서 유저가 조금만 더 잘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을 게임은 상당히 잘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는 순간 유저 자신에게는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경험한다. 여기에 맞춰 조금씩 맵이 추가로 열리고 더 많은 새로운 존재들과 탐험 요소를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이 게임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는 것. 다크 소울은 이렇게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른 게임이 전해주지 못하는 강력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를 극복해낸 후 느끼는 성취감은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간접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도 인상적이다. 대 부분의 게임들은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계관과 목적 등을 얻게 된다. 하지만 다크 소울은 엔딩 이후에도 주인공에게 별 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간접적으로 세계관과 과 이야기 전개에 대해 유추할 수 있도록 게임 내 이곳저곳에 단서를 마련해뒀다. 이 단서로 그리 선명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게임 내 모든 자료를 얻어도 100% 진실 또는 확실한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이 요소는 모든 정보를 쉽게 얻고 찾을 수 있는 현대 시대와는 동 떨어진 고전적인 상상을 자극한다.


그래서 100명의 유저가 게임을 즐겨도 100명 모두가 느끼는 것과 유추한 내용이 다르게 나온다. 어떻게 보면 A의 유추가 맞는 것 같은데 다른 단서를 고려하면 B의 생각이 옳은 것 같다. 물론 무엇이 정답인지는 개발자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과 분석, 유추를 통해 불친절한 세계관은 조금씩 유저들에 의해 완성되어 간다. 어떻게 보면 다크 소울 시리즈가 성공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극복하고 나아가는 재미, 그 어려움 끝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다크 소울 시리즈의 성공은 많은 게임사에게 색다른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은 더 많은 편의 요소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유저가 쉽게 게임을 즐기고 따라오도록 했으나 불친절하고 무책임 가득한 게임에 유저들이 열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2000년대 후반부턴 다크 소울의 특징들을 반영한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명 소울 라이크(Souls Like) 게임이 그것이다.


이 단어는 'Games like Dark Souls'의 줄임말로 다크 소울과 흡사한 특징, 성향을 가진 게임들을 뜻한다. 중세 판타지 세계 내에서 탐험하며 목적을 찾는 로드 오브 더 폴른이나 1600년 요괴로 멸망해 가는 일본을 담은 인왕, 2D 횡스크롤 기반의 데드 셀과 솔트 앤 생츄어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솔트 앤 생츄어리의 경우는 개발자가 다크 소울 시리즈에 영감을 받아 이를 2D 느낌으로 구현했다고 언급했고 오마주 수준처럼 세계관과 게임 내 구성이 흡사하다. 2인 팀의 인디 개발사 게임이지만 아주 훌륭하게 다크 소울의 재미를 2D로 잘 표현했다.

인왕(니오)은 다크 소울 시리즈의 특징을 잘 해석한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사진출처: 코에이테크모 홈페이지> 


이 외에도 할로우 나이트나 코드 베인, 렛 잇 다이, 모모도라: 달 아래의 진혹곡, EITR, 더 서지, 보이드 메모리 같은 게임들은 다크 소울 시리즈의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게임들이다.


다크 소울 시리즈의 곁 모습은 평범한 3인칭 시점의 액션 RPG다. 하지만 그 속에는 죽음에 대한 이색적인 철학은 물론 알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탐험을 찾고 그리워하던 80~90년대의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새로운 도전 요소를 찾는 현대 시대의 게이머들을 호승심을 건드는 그런 게임이 아닐까. 오늘도 어둡고 신비한 다크 소울 세계에선 수많은 유저들이 죽음을 배우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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