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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산 Oct 17. 2021

[10/17] 페로몬 향수와 사회주의

Natalie Cole - L-O-V-E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Nat King Cole의 딸이다.
Michael Feinstein - L-O-V-E (2019)


드디어 21세기 섹스 혁명이 일어났다. 이제 돈도 없고 못생기고 문화적 소양도 없는 나란 남자도 '페로몬 향수' 덕분에 자유 섹스를   있는 시대가  것이다. '페로몬 향수' 뿌리면 액상  페로몬이 상대의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 섹슈얼한 감정을 유발하는 원리로 섹스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덕만은 <조이 컨테이너> 앞에서 고요하고 정적인 만세를 불렀다. <조이 컨테이너> 이태원에서 초대박을 치고 서울 전역에 우후죽순 생긴 밝고 활기찬 컨셉의 성인용품 프랜차이즈이다. 덕만은 이곳에서 파는 '페로몬 향수' 있다면 지나치게 평범한 남자들도 섹스를   있다는 수많은 인터넷 간증글을 보고 용기를  <조이 컨테이너> 신촌점에 방문했다.


덕만은 수차례 네이버, 카카오, 구글 검색을 통해 <조이 컨테이너> 매장 사진을 찾아 이동 동선부터 구매 멘트까지 '전혀 절박해 보이지 않는 쿨한 남성의 호기심에 의한 페로몬 향수 구입' 시나리오를 짰다. 덕만은 '마트에서 시식코너가 있다면 무조건 충분히 먹고 고민하는 척한 후 또 시식하고 구매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덕만은 합리적인 소비자답게 오늘은 향수 샘플만 뿌려볼 것이다. 또 상품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홍대 삼거리에 있는 클럽 N에 방문할 것이다.


덕만은 자연스럽게 <조이 컨테이너>에 들어가 1층에 놓여있는 여성용 자위 기구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2층으로 향했다. 2층엔 신나게 흘러나오는 블랙핑크의 신곡에 걸맞지 않은 미국, 일본, 독일 등 각 나라에서 생산된 오나홀, 애널 플러그, BDSM 용품 등 숭한 것들로 가득했다.덕만은 '페로몬 향수'가 놓여있는 매대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덕만은 최신 유행하는 '디스이즈네버댓' 롱 패딩, 나이키 르브론 농구화, 실버 메탈 프레임의 큰 사각형 안경으로 한껏 치장하고 머리는 하드 왁스로 깔끔하게 넘겨 고정했기에 자신이 절박한 아다처럼 보일 리 없다 확신했다. 이 정도면 꽤 섹스하고 싶은 남성 아닌가? 매대에 반사된 본인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페로몬 향수'는 싼 건 오천 원, 아무리 비싸 봤자 만 삼천 원이었다. 만 원 남짓으로 평범한 남자도 섹스를 할 수 있다니 덕만은 섹스 사회주의로 불타는 심장을 안고 샘플을 뿌렸다. 멀뚱히 서있던 여자 직원이 덕만에게 쓱 다가왔다.


"손님, 구매하실 건가요? 그거 새 제품 찾아드릴게요."


이미 몸에 샘플을 열댓 번 뿌린 덕만은 차마 오늘은 사지 않을 거란 말이 입에서 쉬이 나오지 않았다. 덕만은 쿨하고 합리적인 소비자임을 어필하기 위하여 여자 직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거 뿌리면 진짜 섹스할 수 있는 거 맞나요?"

"그건... 손님 역량에 달린 거죠."

여자 직원은 일주일 썩은 김치찌개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내가 모자라 보여? 이곳 서비스가 말이 아니군. 덕만은 점장에게 직원에 대한 컴플레인을 걸고 홍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덕만은 섹스를 하지 못했고 사회주의는 실패한 이데올로기임을 깨달았다. 덕만이 다시 <조이 컨테이너>에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Oct. 17th of 2021


필자가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일할 때 마주한 열 명 중 일곱 명의 남성은 본인의 판타스틱한 고추와 어메이징한 섹스 스킬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물론 물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성인용품 판매점 매출의 90% 이상은 판타스틱한 고추와 어메이징한 섹스 스킬에 만족하지 못한 여성 고객들이 책임진다.

드라마 'Why Women Kill' 시즌 1의 오프닝에 Michael Feinstein이 부른 해당 곡이 삽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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