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는 자가 오래 간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신의(信義)다. 신의는 단순한 도덕적 개념이 아니라, 사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핵심 원칙이다. 파트너와의 관계, 거래처와의 신뢰, 고객과의 약속, 내부 직원들과의 관계까지, 이 모든 것이 신의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 끈이 끊어지는 순간, 기업은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신의는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어렵다. 한 번 신뢰를 잃은 기업은 다시 그 신뢰를 얻기 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결국, 신의를 저버린 순간부터 사업의 수명이 깎이기 시작한다.
철학적으로도, 신의는 오랜 논의의 대상이었다. 칸트는 정언명법을 통해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신뢰를 저버려도 된다"는 논리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신뢰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곧, 신의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사업 자체도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신의를 지킨 기업과 신의를 저버린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1) 신의를 저버린 기업 – 엔론의 몰락
엔론(Enron)은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회사였다. 그러나 이 기업이 무너진 원인은 조작된 회계와 거짓 약속이었다. 이사회와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속였고, 직원들에게는 안정된 미래를 보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2001년, 내부 고발자에 의해 실체가 밝혀졌고, 엔론은 역사상 최악의 기업 스캔들 중 하나로 기록됐다. 투자자들은 모든 돈을 날렸고, 직원들은 순식간에 실직했다. 법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엔론이라는 이름 자체가 배신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한 번 신뢰를 잃은 기업은 다시 일어설 수 없다.
2) 신의를 지킨 기업 – 토요타의 위기 대응
반면, 토요타(Toyota)는 위기를 맞았을 때 신의를 지키며 신뢰를 회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 토요타는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다. 리콜 규모만 900만 대에 달했고, 이는 곧바로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토요타는 문제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았다. CEO가 직접 나서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내부 점검을 진행했다.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를 회복했다.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입었지만, 장기적으로 신의를 지킨 덕분에 토요타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결국,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신의를 지키느냐, 배신하느냐가 장기적인 성패를 가른다는 것을 이 두 사례가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업가로서 신의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약속을 쉽게 하지 않는다.
신의를 지킨다는 것은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벼운 약속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무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결국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2. 투명성을 유지한다.
고객과의 약속, 파트너와의 계약, 내부 직원들과의 신뢰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거나 축소하지 말고, 빠르게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3.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를 고려한다.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그것이 신의를 해치는 것이라면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4. 내부 조직에서부터 신뢰를 쌓는다.
직원들과의 신의가 깨진 기업은 외부 고객과의 신뢰도 유지하기 어렵다. 내부에서도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업에서 신의는 단순한 도덕적 가치가 아니다.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다. 신의를 지키는 기업은 결국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다. 반면, 신의를 저버린 기업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결국 무너진다.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당장은 작은 거짓말이나 편법이 효과적일 수 있어도, 그것이 쌓이면 결국 거대한 불신의 벽이 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신의를 지키는 자만이 오래 간다.